[e노블리안스]김태한/인텔社가 내놓은 '초라한 한국투자案'

  • 입력 2003년 9월 7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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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시아 순방길에 나선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사의 크레이그 배럿 회장.

그는 첫번째 방문국인 말레이시아에서는 4000만달러(약 470억원)를 들여 기술디자인센터를, 중국에서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2억달러(약 234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조립 테스트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작년부터 인텔의 100억달러 투자설이 심심치 않게 나오던 터라 마지막 방문국인 한국에서 배럿 회장이 어떤 ‘선물’을 내놓을지 사실 업계에서는 기대가 컸습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투자한다고 했다고 정보통신부가 말했다더라…’ 수준의 연구개발(R&D)센터 건립설도 방한 전 돌았습니다.

지난달 29일 배럿 회장은 청와대를 방문, 노무현 대통령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진 장관은 “배럿 회장은 ‘R&D센터를 짓겠다. 투자 액수는 모른다. 연구원은 20명쯤’이라고 투자 계획을 밝혔다”고 밝혔습니다. “인텔의 이번 한국 투자는 5월 노 대통령 방미의 첫 성과”라는 말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 성과가 얼마나 클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투자 액수도 정해지지 않았고 연구원 20명의 조직이라는 외형상 초라하기 짝이 없는, 때문에 일부에서는 ‘R&D센터’ 대신 ‘기술지원센터’로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투자는 어디까지 대통령과 ‘미스터 디지털’ 진 장관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만약 한국 시장이 매력이 있고 투가 가치가 컸다면 인텔은 정부 요청 없이도 한국에 대규모 R&D센터를 지었을 겁니다.

10월 인텔의 실무진이 구체적 투자 계획안을 잡기 위해 한국에 올 때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힐 수 있도록 정통부가 도움을 주기 바랍니다. 또 한 번의 투자 유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는 외국자본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기반을 가다듬는 데 더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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