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부동자금 5년새 2배 이상 늘었다

  • 입력 2003년 7월 2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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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단기부동자금이 지난 5년간 2배 이상 늘어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시중금리마저 더 하락하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없는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일 `단기 부동자금 급증의 실상과 해결 방안' 보고서를 통해 2002년말 단기 부동자금은 총 688조원 규모로, 외환 위기 이전인 1996년말의 330조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단기부동자금은 98년 445조원원에서 2000년 499조원으로 소폭 증가하다가 2001년 609조원, 2002년 688조원으로 폭증했다.

또 개인과 기업부문의 단기부동자금도 96년 241조원에서 2002년말 478조원으로 급증했다고 삼성연구소는 추정했다.

연구소는 수시 입출금이 용이한 만기 6개월 미만의 금융상품을 단기 부동자금으로 분류했다.

경제 주체별로는 가계가 전체의 51.5%를 차지하는 354조4000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기업도 123조4000억원의 단기 부동자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나머지는 정부 및 금융기관 보유분이다.

실물 경제 활동에 필요한 단기 자금을 제외한 가계와 기업의 과잉보유분은 139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93%(129조원)를 가계가 갖고 있고 기업은 8%(10조원)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실장은 "외환 위기 극복 과정에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흑자로 해외 부문에서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된 데다 지난 2000년부터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금리 하락에 따른 저축 유인의 감퇴로 단기 부동자금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또 "경기 침체 심화에 따른 불확실성도 개인과 기업이 단기자금 보유규모를 늘리게 된 배경이라고 말하고 초저금리 및 건설 경기 활성화 등 정부 정책도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단기 부동자금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서 이상 과열 현상이 초래되고 있으며 돌발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단기 부동자금이 즉각 이동하면서 금융시장 전체로 불안이 확산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특히 초저금리 하에서는 부동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과도한 부동자금을 해소하기 위한 장·단기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또 정부와 기업에 대해 디플레이션과 유동성 함정을 염두에 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사전 대비 태세를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동성 함정이란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해 통화정책의 효과가 소멸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최희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복 규제 통폐합, 법인세율 인하 등 대기업의 투자 분위기를 적극 조성하는 한편 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간접금융을 정상화하고 장기저축에 대한 세제 혜택 및 장기채 공급 확대 등의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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