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내셔널 어젠다委 제안]<17>환경

  • 입력 2003년 2월 2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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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차기 정부의 화두는 ‘변화와 개혁’이다. 변화와 개혁의 핵심은 지나친 경제 중심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다.

한국은 그동안 성장 위주의 개발정책으로 화려한 외형적 성장은 이뤘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환경지속성지수 평가에서 142개국 중 꼴찌에 가까운 136위를 기록할 만큼 삶의 질은 낙후됐다. 한국은 현재 석유수입 세계 3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에너지 해외의존도 97%에 이르는 에너지 다소비국이자 지구온난화 오염국으로 전락한 것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한 20세기에서 벗어나 환경의 시대, 태양의 시대에 걸맞은 재생가능에너지 시대의 지속 가능 발전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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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속 가능한 발전’ 시대를 상징하는 변화의 물꼬는 새 대통령이 틀 수 있다. 먼저 청와대부터 ‘태양발전구역’으로 만들자. 청와대 지붕에 새 푸른색 기와인 태양광 전지판을 올려서 태양 전기를 사용하는 21세기형 대통령궁으로 만들자. 다행스럽게도 청와대는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정남향 건물에 경사지붕으로 지어졌다. 애초부터 태양광 지붕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건물로 생각될 정도로 태양광 전지판을 올리기에 딱 맞는 위치다. 청와대는 콘크리트 건물이면서도 우리의 전통 목조건물을 흉내낸 형태를 띠고 있다. 여기에 지붕을 태양광 전지판으로 덮는다면 건축미의 어색함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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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1998년부터 ‘태양 정부청사 구역’이라는 별칭이 붙은 에너지 전환 계획을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대통령궁에 태양광 발전기를 올려놓았다. 한국도 대통령이 모범을 보인다면 국회의사당, 정부기관 공공건물, 초등학교 등으로 태양에너지 바람이 불 것이다.

국회의사당의 경우 99년 안전진단 결과 빗물이 새서 지붕을 개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돔을 뜯어내고 지붕을 기와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당시 외환위기 상황에서 여론의 비판으로 좌절된 바 있다. 독일의회는 옛 제국의회 건물 지붕을 뚫고 투명한 유리 돔을 설치하여 햇빛을 받아들이고 지붕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깔았다. 이런 변신을 통해 독일의회는 통일 독일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우리 국회도 무능과 불신의 이미지를 벗는다는 새로운 각오로 지붕부터 태양지붕으로 바꿔 나가는 모범을 보이길 바란다.

청와대나 국회의 지붕을 태양광 전지판으로 덮자는 얘기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전 세계 에너지원의 가채(可採) 연수는 석유 41년, 석탄 170년, 천연가스 65년, 우라늄 50년씩밖에 남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강국들이 앞다퉈 에너지원을 독점하려는 바람에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의 경우 석유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다시 한번 석유가격이라도 폭등하면 정치 경제적으로 엄청난 혼란에 직면할 것이다. 그런데도 화석연료와 핵연료 등을 수입하기 위해 해마다 400억달러(약 48조원)를 해외로 유출하고 있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투자하는 비용을 거둬들이고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투자한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어렵지 않게 이뤄질 수 있다. 다국적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조차 2060년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이 전체 에너지 공급의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전지의 전 세계 생산량은 최근 4년 연속 30%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30년 안에 태양광이 세계의 주요 동력자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태양광을 포함해 1.2%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부분(93.2%)은 폐기물 소각열에 치중돼 있다.

우리나라는 일사량이 독일보다 30∼50% 많은 좋은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또 재생가능 에너지의 잠재량 또한 전기의 약 70%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기반한 발전은 더 이상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기에 새 정부는 지속 가능한 발전 시대를 상징하는 태양지붕으로 청와대의 푸른 기와를 바꾸기를 제안한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

▼독일에서 배우자▼

2030년 30%, 2050년에는 60%.

‘태양의 시대’를 내건 독일연방 환경부가 1999년 10월에 내놓은 장기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 전체 에너지 소비는 1995년 대비 40%가 줄고,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은 60%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야심에 찬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의 핵심은 태양광 발전이다.

독일은 1998년 말부터 일반 시민의 태양광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10만 태양광 지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설비의 설치비용을 정부에서 전액 무이자로 지원하고 그 90%에 가까운 액수만을 7년에 걸쳐 갚도록 하는 계획이다.

독일의 ‘태양 정부청사 구역’계획의 대표적 건물인 독일 연방 경제부 건물. 전 지붕이 태양광 발전시설로 덮여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독일 정부는 2000년에는 다시 ‘재생가능에너지법’을 제정했다. 이는 이미 1990년에 전력공급회사가 환경친화적 재생 가능한 전기를 소매가격의 80∼90%로 사들이도록 한 ‘전력매입법’을 대폭 강화한 것. 이 법의 핵심은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춘 주택이나 빌딩에서 생산한 전기를 20년간 1kW에 0.99마르크에 정부가 사도록 한 것이다. 독일의 일반 전기 소매가격(0.23마르크)보다 4배 넘게 비싼 가격을 책정해서 생산비가 비싸지만 환경친화적인 태양광 발전을 촉진시켰다.

또 독일 정부는 베를린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태양 정부청사 구역’으로 불리는 계획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는 모든 정부 건물을 지을 때 에너지의 15% 이상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이용토록 한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궁(44kW), 연방 총리부 청사(151kW), 연방 의회(120kW), 연방 교육부 청사(17kW), 연방 법무부 청사(20kW) 등으로 이어진 태양광 발전의 물결은 아파트 단지, 축구장 등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독일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미래의 유망산업인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세계의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을 선도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홍성태 상지대(사회학) 교수

▼광주시의 '솔라시티' 계획▼

광주의 조선대학교는 지난해 2월 남녀 기숙사 건물 2개동을 지으면서 이를 솔라타워(Solar Tower)로 지었다. 8층과 9층 높이의 건물에 각각 25kW씩 총 50kW의 태양광 발전장치와 120만kcal의 태양열 온수장치를 설치한 것.

1000여명의 학생들이 생활하는 이 건물 전력의 10%는 태양광 발전으로 이뤄진다. 특히 낮시간 동안은 전체 전기수요량의 40%를 태양광 에너지로 공급한다. 전체 온수량의 40%를 태양열을 통해 데우기 때문에 24시간 뜨거운 물이 공급된다.

국내 태양광 발전 및 태양열 온수 시설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는 이 건물은 광주의 야심 찬 ‘솔라시티(Solar City)’계획의 일부다. 국내에서 하루 평균 직달 일사량이 가장 많은 도시로 꼽히는 광주는 태양에너지 공급 비중을 99년 0.05% 수준에서 2006년 2%까지 늘릴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만 봐도 광주에는 10곳의 도심공원 관리사무소와 가로등 등 지금까지 모두 70개곳 500kW 규모가 설치됐다. 국내 태양광 발전 총용량(2001년 현재 4900kW)의 10분의 1이 광주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2003년 완공 예정인 상무지구 광주 신청사에도 1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다.

광주는 조선대와 손잡고 태양광 발전 관련 산업의 육성과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조선대 내에 문을 연 ‘태양에너지 실증 연구단지’에서는 태양광 발전업체 5곳, 태양열 온수업체 11곳의 제품에 대한 효율성과 경제성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광주시 에너지담당관 신양우씨는 “태양광 발전의 핵심기술은 빛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반도체기술”이라며 “연간 500kW(약 75억원) 규모인 국내 태양광 발전 시장규모가 1000kW(약 150억원)로 배가량 늘어난다면 국내 업체들의 투자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이재호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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