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 앞으로 5년, 60일에 달렸다 3]인사

  • 입력 2003년 1월 6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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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느냐,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느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다. 또 경험칙에 따르면 한 정권의 인사 성패는 첫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첫 인사를 그르치면 국정 곳곳에서 허점이 생기게 되고 그 정권은 이를 땜질하다가 임기를 마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정권 인수 기간 동안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대목도 당연히 인사문제다. 노 당선자의 인사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노 당선자를 지지하는 계층과 세대가 선명하기 때문에 인사에 있어 ‘무난한 중립지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선자는 마치 집 짓는 목수가 좋은 재목을 찾아 깊은 산중을 찾아다니는 심정으로 인재풀을 넓게 잡고 긴 안목에서 인사를 해야 한다. 평소 친밀도나 편리함만을 추구해서 권력 주변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사람을 중용한다면 그 인사는 반드시 실패하게 돼 있다.

▼연재물 목록▼

- <2>정책결정은 이렇게
- <1>구성-운영방식 이렇게…

인사는 우선 이너서클 즉, 대통령비서실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장관 몇 명이 실수를 하더라도 대통령의 통치권은 그리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장관이 잘해도 이너서클의 한 명이 실수를 하면 대통령은 그 순간부터 권력 누수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이너서클 멤버는 당선자가 직접 골라야 한다. 사심 없이 오로지 당선자의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일에만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을 냉정하게 선택해야 한다. 아무리 오랜 기간 자신에게 충성을 바친 인물이라 해도 도덕성과 능력이 없으면 청와대로 데리고 가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국정 운영의 중심부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소위 ‘워싱턴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너서클 인사의 핵심은 ‘거리의 충신’과 ‘백악관 국정 참모’를 냉정하게 분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각료 인선은 다양한 그룹의 추천으로 이뤄지게 된다. 추천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수석비서관과 참모들, 즉 이너서클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겠지만 정보기관, 소속 정당, 친구 집단 등도 관여하게 된다.

당선자는 추천을 받을 때 그것이 추천자의 사적인 이해를 반영한 것인지, 당선자의 처지를 반영한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인사 뒤에 “모 장관은 특정 실세의 사람이다”든지 하는 등의 얘기가 나오면 그 특정 실세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대통령의 권위는 추락하고 만다. 뿐만 아니라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한 세력들과 그렇지 못한 세력들간에 권력 갈등이 싹트고 이것이 장기화하면 국정이 불안해진다.

따라서 당선자는 누가 인사에 관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비서실장 등 가까이에 있는 한 사람에게 절대적 인사권이나 추천권을 주는 것도 피해야 한다. 특정 권력 실세가 인사 추천권을 독점하게 되면 그 실세는 자신의 세력 확대를 위한 인사를 하기 쉽고 대통령의 통치권은 추락한다.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특정인이 전횡하는 정실인사가 아니라 객관적인 능력위주의 인사를 하기 위해 백악관에 인사국을 만들어 집단의사 결정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추천을 받게 되면 검증작업에 들어가는데 검증작업 역시 인사 대상이 모르게 비밀리에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상자들이 자신의 흠을 감추기 위한 여론 조작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당선자의 각료인사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점검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완전하다.

미국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정권인수팀과 연방수사국(FBI)이 협력해서 객관적인 검증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에 대상자 선정 정보를 흘려 언론이 검증하게 하는 것이다.

전자의 방법이 제도화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후자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언론이 문제삼는 것을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선자 스스로 검증의 통로를 막아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이 어떤 정권을 무시하는 것은 대부분 인사문제에서 비롯된다. 상식 밖의 인물에게 중책을 맡기거나,‘인사 깜짝쇼’를 한다든지, 당선자가 직면한 난관을 피하기 위한 도구로 인사 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또한 측근과 친인척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인사가 측근에 대한 보답이나 논공행상으로 보이게 되면 그 순간부터 국민은 대통령을 국익의 대변자가 아닌 사익의 옹호자로 보기 시작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장성민 미국 듀크대 객원연구원·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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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학연 혈연 지연을 배제하고 공정한 인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언제라도 기용 가능한 유능한 인재 풀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각계의 검증된 인재들을 폭넓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발탁하기 위해 ‘온라인 인재 데이터베이스’까지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헤리티지재단, 미국 정치학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정권 인수팀과 공동으로 인재 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온라인에 개방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이 온라인 인재 풀에는 부시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6만여명에 달하는 인재들이 등록됐다.

미국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자는 대략 5000명 선인데 그 상당 부분을 이 같은 인재 풀에서 고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정무직 공무원은 110여명에 불과한 만큼 고위직 충원 대상 인재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인재 풀에서 적합한 인물을 고르는 과정도 제도화가 필요하다.

비서실장 등 특정인이 인사 추천의 전권을 행사하거나 측근 그룹의 추천에 의존하게 되면 편중인사 정실인사의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미국 백악관은 내부에 인사국을 둬 인재 선택 및 검증을 담당하고 있다.

공직 후보자는 대통령의 내락 통보를 받으면 온라인 신청서식에 본인의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기록해 제출한다. 인사국은 이 자료를 정부윤리지침 및 세금자료 등과 대조하는 서류검토를 거쳐 연방수사국(FBI)의 협조를 얻어 본격적인 신원 검증 절차를 밟는다.

공직 후보자가 의회의 청문회 인준절차를 통과해 정식으로 임명될 때까지 제출해야 하는 심사 서류는 350여 종류가 되며 출생 이후 모든 재산과 생활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백악관 인사국을 활용할 수 없는 대통령당선자는 정권 인수팀 내에 별도의 비공개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이들이 인재 풀에서 적합한 후보자를 선발해 FBI 검증 등의 동일한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공직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당선자의 비전과 이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당선자에 대한 충성심이 있는지, 정책 전문성이 있는지 등을 따진다. 특히 행정부 혹은 의회에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크게 보면 능력 우선이라는 얘기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인종(ethnicity), 성(gender), 그리고 지역(geography) 안배에도 신경을 쓰는데 이를 약자로 EGG라고 표현한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탕평인사를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EGG를 학연(education), 혈연(gene), 지연(geography)으로 바꿔 해석해서 인재를 안배해야 할 것이다.

김의성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경제학

▼盧당선자 구상 새모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은 정권 인수과정에서 정부 인사시스템의 개혁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정부 각 부처의 장·차관과 대통령비서실 인사에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사모델을 적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까지 드러난 노 당선자측의 인사시스템은 크게 ‘일반 국민과 공무원으로부터의 추천접수→인수위 내 국민참여센터의 검증→인수위 인사추천위원회의 후보 천거 등 3단계로 나뉜다.

1단계의 후보 추천 단계에서는 세 가지 통로를 거쳐 후보 추천을 받겠다는 게 노 당선자측의 설명이다. 우선 노 당선자의 홈페이지에 개설한 ‘국민정책·인사제안’코너를 통해 인터넷상으로 추천을 받을 계획이다. 추천인은 비밀보장을 전제로 본인의 신분을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오프라인상으로 일반인과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고, 세 번째로는 인수위의 국민참여센터가 정부 각 부처의 일정 직급 이상의 공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e메일 여론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다면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검증단계인 2단계에서는 후보 추천과정에서 모은 정보를 국민참여센터가 검증한다. 검증과정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3단계에서는 인수위 내에 구성할 인사추천위원회가 국민참여센터의 검증결과를 정부측 자료와 종합해 노 당선자와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최종보고서를 제출해서 낙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측의 이런 구상은 청탁인사를 어느 정도 배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후보 추천단계에서 과연 얼마나 유용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다면평가 과정에서 인기투표식의 추천이나 인신공격적 내용이 끼어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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