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나의 섹스&헬스]'변강쇠-옹녀 콤플렉스'

  • 입력 2001년 5월 20일 19시 06분


흔히 ‘정력 커플’의 대명사로 불리는 변강쇠와 옹녀. 이들의 ‘성적 능력’은 시대를 뛰어넘어 수많은 남성과 여성들의 부러움을 받아왔다.

그러나 천지를 뒤흔드는 정력의 변강쇠가 ‘주연’이었다면 타고난 성적 매력으로 남자들을 유혹한 옹녀는 ‘조연’으로 만족해야 했다.

같은 능력을 갖고서도 ‘강한 남자’, ‘음탕한 여자’라는 ‘남녀차별’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성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처럼 당당할 수 있을까.

옹녀를 의학적인 측면에서 해석한다면 남달리 높은 성욕과 성적 자극에 대한 풍부한 반응을 들 수 있다.

여성에게 ‘지치지 않는 요구’는 당연한 생리적 산물이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절정의 쾌감을 경험한 뒤에도 성적 자극이 주어지면 절정감을 다시 만끽할 수 있다.

좀더 과학적으로 풀어보자. 여성이 성행위시 성적 자극에 반응하는 곳은 질과 음핵인데 두 기관의 생리적 반응은 여성 호르몬이 관여한다.

반면 성욕은 주로 남성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 따라서 과도한 성욕은 상대적으로 높은 남성 호르몬의 산물일 수도 있다.

또 성욕을 지배하는 ‘변연계’라는 대뇌의 한 부분에 이상이 생길 경우 과도하게 성욕이 증가되거나 억제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남녀를 막론하고 성행위는 보다 만족스러운 다음 관계를 위한 ‘학습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과 자신을 보다 좀 더 기쁘게 하기 위한 노력이 반복될수록 다음의 결과는 만족스럽기 마련이다.

매우 복잡한 여성의 성적 반응은 이런 경험과 비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점에서 본다면 옹녀의 ‘음심’은 결국 경험의 산물이며 그녀는 ‘섹시미’외에 남보다 높은 성욕과 적절한 반응을 통해 능동적인 성을 즐길줄 알았던 여성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희대의 정력커플의 성희만이 부각되다 보니 많은 현대인들이 변강쇠와 옹녀 콤플렉스에 걸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강도 높은’ 사랑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젠 변강쇠와 옹녀를 조용히 쉬도록 내버려두자.

수백년간 인구에 회자되며 과도하게 ‘운우지정’을 나누느라 무척 피곤할테니 말이다.

윤하나(이화여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전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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