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간]환기미술관 아트숍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29분


남편이 직장에 간 오후 2시. 주부 이지연씨(34·서울 성북구 안암동)는 방학을 맞은 딸(8)을 데리고 집을 나선다. 종로에서 59번 버스로 갈아타고 자하문터널에서 하차. 부암동 북한산자락을 산책삼아 걸어오른다. 딸아이의 호흡이 가빠질 10분쯤이면 눈에 잡힌다. 환기미술관. 모녀는 먼저 별관(1층) 아트숍을 찾는다. 김환기(1913∼1974)를 모티브로 한 노트 엽서 우산 스카프 머그잔을 굳이 사지 않아도 좋다. 카페테리아 겸용이니 구수한 원두커피(2천원) 한 잔을 받쳐들고 아이에겐 오렌지주스(2천원)에 스트로를 꽂아준 뒤 돌아보는 아이쇼핑 반시간. 이씨는 이 ‘카페’로부터 환기미술관 구경을 시작한다. 전시관인 하얀 본관. 한국 모더니즘의 리더, 간략하고 절제된 서정, 화가 김환기의 고독과 절규가 남아있는 곳. 여염집 뒤뜰 같은, 그러나 잘 다스려진 대나무와 소나무의 녹색. 아름다운 젖무덤같은 두개의 유리지붕을 통해 스며든 겨울 햇살 속에서 이씨를 기다리는 김환기의 유화 콜라주 드로잉 1천여점. 오후 4시반. 출출한 느낌. 미술관을 나서 세검정 뒤편으로 조금 걸어가면 ‘손만두집(02―379―2648)’이 커다란 간판으로 손짓한다. 딸은 편수만두(7천원), 엄마는 물만두(5천원). 얼마전 남편과 셋이 왔을 때는 조랭이떡과 수육, 야채 등을 넣은 만두전골이 인상적이었다. 오후 7시. 퇴근한 남편이 아파트 문을 열며 “오늘 심심했지?” “아뇨. ‘비밀의 화원’에 다녀왔는 걸요.” △시내버스 59번, 135―1번, 135―2번, 136번 부암동사무소 하차. 입장료 어른 1천원, 학생 5백원. 매주 화 목요일 직장인과 주부를 위한 알기 쉬운 미술강좌. 02―391―7701∼2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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