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스포츠] 다시 뭉친 ‘팀킴’…스킵의 “영미…영미” 호통인가, 격려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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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컬링대표팀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컬링대표팀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컬링대표팀 ‘팀 킴’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올림픽을 마친 뒤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달콤한 휴식을 취했던 대표팀 선수들(김은정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은 2일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올림픽을 치르며 느꼈던 감정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다음은 선수들과의 일문일답.

―대회를 마친 소감은?

김민정 감독 “컬링에 많은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쓴다는 사명감으로 대회에 임했다. 완벽히 부합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선수, 지도자, 그리고 우리를 이끌어 주신 분들과 함께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 기쁘게 생각한다.”

김은정 “올림픽 기간동안 너무나 많은 응원을 받아서 이 부분에 대해 감사드린다. 이렇게까지 응원을 많이 해주신데 대해 보답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이끌어주신 김경두 교수님과 감독님 모두가 함께 노력한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김영미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셨다. 좋은 결과로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올림픽 기간 동안 많은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김선영 “앞으로도 우리가 조금 더 잘하는 모습을 항상 보여드릴 테니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김경애 “저의 첫 올림픽은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 잘 마무리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 테니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김초희 “생각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으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 이런 자리에서 인사를 드리게 돼 영광이다.”

―세계선수권과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각오는? 프로야구 삼성 팬이라고 들었는데 시구 제의가 들어오면 어떤 시구 보여줄 생각인가?.

김민정 감독 “이번 달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직후여서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할 것이다. 현재 경기력을 다듬어서 경기치를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4년이 남았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서 우리가 원했던 소망했던 가장 높은 자리에 서지 못했기 때문에 도전자의 자세로 어떤 대회든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할 생각이다.”

김은정 “시구는 우리끼리 한 번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꿈같은 일이다. 시구를 한다면 뜻 깊고 영광일 것 같다. 우리가 팀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시구도 각자의 포지션을 잡아서 야구를 하는 것처럼 모션을 취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김영미 “시구 제안 받아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컬링처럼 해보면 어떨까 생각은 해봤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일본 선수들이 컬링처럼 (시구)해서 안 좋은 소리를 들었더라.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각종 프로그램 TV, 예능, 뉴스, CF 출연 요청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 어떤 CF에 나오고 싶은지?

김민정 감독 “일단 굉장히 많은 요청이 들어온다고 전해 들었다. 우리 본업이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예능이나 TV출연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김영미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가 김경두 교수에게 배워오기를 ‘우리가 받은 만큼 베풀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광고라고 말씀하시면 사회적으로 공익성을 띤 광고를 하고 싶다. 프로그램은 간단하게 우리를 알려드리고 우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프로그램으로 생각한다.”

―여자 컬링 대표팀의 활약 발판 삼아서 각 시·도에서 팀 창단 얘기도 많이 나온다. 컬링 팀 창단과 관련해 시·도가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다고 보는가?

김은정 “어떤 시·도에서 만들어지는지 몰라서 생각이 정리는 잘 안된다. 예전부터 생각했을 때 선수로서 느낀 점은 컬링이 많이 알려져서 컬링 선수가 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수들이 갈 수 있는 팀이 늘어나서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컬링을 알리면서 그런 창단 계획이 생긴다는 것은 선수로서 한국 컬링에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가 컬링에 집중하고, 선수가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컬링이라는 것 자체가 딱딱하고 다른 느낌보다는 즐기는 스포츠인데 우리나라 안에서도 즐기면서 하는 스포츠라는 문화가 생겨나면 선수에게도 좋을 것이고 한국 컬링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대표팀의 훈련법은 어떻게 변화시켜나갈 것인가?

김민정 감독 “한국 내에서 컬링 훈련하기까지는 어려운 과정이 많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다면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훈련하면서 올림픽 성과를 낸 것은 훈련 프로그램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다면 선수들이 가진 기술을 가지고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투어 대회를 많이 만들어서 한국에 있는 컬링 팀이 다수 참여하면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컬링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세계선수권에 성적에 대해 부담이 없는지?

김선영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선수권에서도 지금까지 한 것처럼 게임에만 집중해서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다.”

―국내 실력 있는 팀들이 많을 텐데. 앞으로 국내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김경애 “모든 시도가 열심히 하고 있다. 부담은 되지만 저희가 더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더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은정은 김영미와 언제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지?

김은정 “워낙 오래 같이 있어서…. 장난칠 때는 죽이 척척 맞는다. 어렸을 때보다는 나이가 들면서는 서로 진지한 얘기도 많이 하게 됐다. 어렸을 때는 혼자 판단하고 각자 판단하는 게 있었다면 요즘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다. 내가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영미가 항상 맞다고 얘기해준다. 게임 중에도 승부에 집중하면 나도 모르게 억양이 세게 나갈 때가 있다. 이때 영미 눈빛을 보면서 내 감정을 콘트롤 한다.”

―김영미는 대회 기간 중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었나?

김영미 “팀 내에서 감독님께서 항상 부탁하신 게 있다. 제가 언니고, 친구고 이렇다보니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부탁을 많이 하셨다. 잘 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를 중화시키는 그런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일각에서는 제 중심으로 팀이 짜여졌다고 말씀하시는데 올림픽 전에는 영미 동생, 영미 친구로 구성됐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신기하게 느껴졌다.”

―컬링에 매력에 빠지게 했는데 선수들이 말하는 컬링의 매력은 무엇인지?

김민정 감독 “올림픽의 가장 큰 목표는 한국에 컬링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선수 4명이 누구 하나도 실수를 하면 좋은 샷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 컬링이다. 김은정이 머리라고 한다면 스위핑하는 선수가 팔, 다리 역할을 한다. 대회 중에 주고받는 대화와 눈빛들…. 여러 가지가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이 컬링의 매력이다. 또 컬링은 훈수두기에 굉장히 좋은 스포츠다. 컬링에 정답은 없다. 함께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학연·지연·혈연의 끝판왕’으로 불리는데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아서 안 좋았던 점은?

김영미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같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좋고. 또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김은정 “학연, 지연, 혈연이 다른 일에서는 나쁜 예가 많은데. 우리에게는 좋은 예라고들 한다. 우리는 학교를 같이 나왔다고 해서 같이 다니거나, 영미와 경애가 자매라고 둘이만 뭉친다거나 이러지 않고 서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이해할 것은 이해한다. 이런 과정으로 여러 문제를 잘 헤쳐 나가다보니 세월이 흘러서 이런 좋은 말을 듣는 것 같다.”

―의성하면 마늘인데 실제로 마늘을 좋아하는지?

김경애 “우리 팀은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마늘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은 다 잘 먹는다. 마늘과 같이 먹는 고기, 풀 다 잘 먹는다.”

―소치 올림픽 대표 선발전 탈락 이후 다시 일어선 계기는?

김은정 “소치 올림픽 선발전 이후 잠깐 힘들었다. 컬링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결국에는 컬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약한 부분과 팀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약점을 알았다면 이제는 늦추지 말고 고쳐 나가야 4년 후 평창 올림픽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소치 올림픽 선발전 이후 우리 팀에서 많은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했다. 덕분에 세계 정상급 남자 팀과의 교류도 있었고 이런 부분이 쌓여서 평창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팀원들, 감독님도 힘든 순간이었지만 우리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똘똘 뭉칠 수 있었다.”

―김은정이 “영미”라고 외치는 것이 호통인가, 격려인가?

김은정 “좋은 샷을 만들고 싶다는 급박한 마음에서 비롯된 신호다. 그냥 ‘영미~’라고 하면 준비하라는 뜻이다. ‘영미’를 많이 외치면 좀 더 힘을 내서 스위핑을 하라는 것이다. 결국 힘내서 잘해달라는 뜻이다.”

―영미가 너무 떠서 김영미가 부담을 가지지 않는지?

김영미 “매일 훈련할 때마다 저와 선영이 이름이 많이 불려서…. 그냥 경기 때 ‘정말 힘든데 더 닦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반짝 인기’로 사라질 수도 있는데. 컬링의 지속적인 발전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김민정 감독 “요구 사항은 필요에 의해서 추후에 요청을 드려야 할 부분은 요청 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컬링이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을 이뤄내야 한다. 프로그램은 선수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대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혼자 독주하기보다는 경쟁할 수 있는 팀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그래야 우리도 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높아진 인기를 언제 가장 실감하는지?

김선영 “제일 처음 인기 실감한 것은 선수촌 안이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휴대전화를 켠 뒤에 깜짝 놀랐다. 카카오톡 메시지 등이 쏟아졌다. 첫 날에는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SNS를 통해 친구 추가 요청이 계속 오고. 기사도 온라인에 떠 있고. 하루하루 지날 수록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김은정 ‘안경 선배’라는 별명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김은정 “안경은 컬링을 할 때는 더 선명하게 보려고 쓰는데 일상생활에서는 쓰지 않는다. 무겁기도 하고…. 이런 자리(기자 회견)에 쓰지 않다보니 ‘왜 안경을 벗었느냐’고 물으시는데. 평소에는 제가 안경을 안쓴다. ‘안경 선배’라는 별명은 처음에는 만화 슬램덩크 캐릭터라는 것은 잘 몰랐고. 제가 팀에서 주장 역할을 하고 있고 표정도 딱딱하고 그러다보니 선배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생각했다.”

―동네 마트에 가거나 하면 많이 알아보시고 사인 요청도 오는지?

김초희 “제가 후보 역할이라 사람들이 몰라보실 줄 알았는데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많이 알아봐 주셨다.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도 많이 왔다.”

김경애 “운동할 때랑 밖에 나올 때 얼굴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화장을 더 열심히 하고 다니는데도 알아보시고 사진찍자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음식을 사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인기를 실감했다.”

김선영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 고모를 모시고 소고기를 사먹으러 갔는데 거기서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종업원이 외국인인데도 알아보셨다. 목욕탕을 갔는데 안경 벗고 있으니 아무도 못 알아볼 줄 알았다. 머리를 말리는데 한 분이 옆에서 계속 쳐다보시다가 밑에 내려 놓은 안경을 보고 ”김선영 맞네“하며 엄청 반가워하셨다.”

김영미 “아직 감기에 걸려서 마스크를 끼고 밖을 나갔다. 마스크를 끼면 나를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어떤 분이 옆에 오셔서 컬링 선수 아니냐고 하셔서 ‘어떻게 아셨느냐’고 물었더니 ‘눈썹 모양 보고 알았다’고 하시더라. 내 눈썹 모양이 그렇게 특이했나라고 생각했다.”

김은정 “친구와 양초 파는 곳을 갔는데 종업원 한명이라 알아보셨다. 유명하신 분 아니냐고 하셨다. 그 뒤로는 집에만 있었다.”

―팀이 가지고 싶은 별명은?

김선영 “마늘소녀 보다는 ‘컬벤져스’라는 이름이 좋다. 영화 어벤져스에서 따온 이름이다. 어벤져스도 각각의 사람이 팀을 만들어서 위기를 이겨냈듯이 우리도 모두가 모여서 경기를 이긴다. 감독님은 아이언맨이다. 은정이는 호크아이, 영미가 캡틴 코리아, 저는 스파이더맨이다. 경애는 토르, 초희는 헐크로 하기로 했다. 우리끼리 장난으로 지었다.”

―영미 이름을 대면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김영미 “친구들이 연락 와서 ‘네 이름 있으면 술, 음료수 공짜다.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아직 밖을 못나가서 공짜로 음식을 먹은 적은 없다.”

경산=정윤철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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