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수업 내년 전면시행]산업계-노동계-문화계 반응

  • Array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 학교에서 실시되는 주5일 수업제는 산업계의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전 국민의 생활패턴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적 영향 외에 사회 전반에 미칠 경제적 문화적 파급 효과도 크다. 2004년 7월부터 산업계에서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주말 여가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자녀가 토요일에도 등교를 하는 까닭에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관광 레저 운송업 등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교육계의 주5일 수업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던 이유다. 문화 관광 업계는 이번 조치로 내수 진작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환영과 함께 우려도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을 걱정한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휴가문화도, 자녀의 교육문제도 버겁다는 분위기다. 》

○ 재계 “환영만 하기엔…”


‘주5일 수업’이 전면 시행되면 가족 단위의 여행이나 스포츠 등 레저활동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3∼5월 ‘놀토(노는 토요일)’가 있는 주말의 여행수요가 토요일 수업이 있는 주보다 58.0%나 높았다. 또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7월 1일 주5일 근무제가 처음 시행된 이후 가계의 여가 관련 소비지출이 3.4% 증가했다. 주5일 근무제 시행 전인 2003년 3분기부터 2004년 1분기까지와 시행 후인 2004년 3분기부터 2005년 1분기까지를 비교한 결과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는 주5일 수업을 크게 반기고 있다. 여행사들은 이미 주5일 수업 전면시행을 대비해 교육여행 문화체험 봉사활동을 곁들인 여행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관광산업 발전에 따른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효과다. 하나투어는 “국내여행은 물론이고 해외여행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주5일제 수업 전면 실시를 크게 환영했다. 문화부는 2008년부터 국내여행 활성화 대책으로 ‘주5일제 전면 실시’와 ‘휴가일수 연장’을 주장해 왔다.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 여행할 시간이 없다는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390시간으로 일본(1828시간), 미국(1777시간), 프랑스(1346시간), 네덜란드(1309시간) 등보다 압도적으로 길다.

외식업계도 주5일 수업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J푸드빌 김무종 부장은 “휴일에는 평일에 비해 가족 단위 고객이 1.5∼2배 많아 주5일 수업이 전면 실시되면 외식업계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가족 나들이용 테이크아웃 메뉴를 새로 개발하는 등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주5일 근무를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계에서는 ‘쉬자’는 노동자와 ‘일하자’는 회사 간에 분쟁거리가 될 수 있다”면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업체의 인력 수급을 비롯해 보육, 근로자 집중력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노동계 “환영은 하지만…”


노동계는 주5일 수업제 전면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주40시간 근무제가 5∼19명 사업장에도 적용돼 사실상 주5일 근무제가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만큼 일선 학교에서도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그간 밝혀 왔다. 박재완 전 고용부 장관은 1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주5일 수업의 전면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안경덕 대변인은 “고용부는 근로시간 줄이기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 차원에서 학교 역시 하루빨리 주5일제 수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혀왔다”며 “7월부터 주 40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는 만큼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육아에 대한 우려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부모나 저소득층에게는 늘어나는 자녀의 여가시간이 사교육비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

정호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은 “학교도 주5일 근무를 해야 한다”면서도 “어린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의 육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호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올 초부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함께 주5일 수업제 등에 대해 정책연대를 펼쳐왔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환영했다. 한국노총은 “주5일 수업제 실시를 계기로 한국의 노동시간이 실질적으로 줄어 여가활동이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문화계 “반가울 따름”

문화계는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 공연장이나 전시회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 문화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김주석 홍보마케팅팀장은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하는 공연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여름과 겨울 방학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연들이 집중됐는데 토요 휴무가 정착되면 학기 중에도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공연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악기 교육 아카데미의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2006년부터 월 2회의 ‘놀토’가 실시된 뒤 공연 전문가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의 경우 관람객 수가 두 배 가깝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예술의전당 김광수 홍보부장도 “공연 시장이 넓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현재는 매월 한 차례 토요일 직장인을 상대로 한 콘서트를 열어왔는데 이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토요 콘서트’를 여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뮤지컬 ‘구름빵’의 주관사인 문화아이콘의 이상훈 기획팀장은 “단순히 토요 휴무를 실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시간을 공연 관람 등으로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주5일 수업이 시행될 경우 박물관 미술관 문화원 등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방선규 문화정책관은 “현재 초중고교에 파견된 약 4100명의 예술교육강사를 활용하면 토요일에 방과후 학교처럼 동아리활동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