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대통령 국가장] 孫여사, 말없이 한줄기 눈물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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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순이 잘 자라” 손 잡아주던 64년 동반자와 영원한 이별
휠체어 탄 채 묵묵히 자리 지켜

“맹순아(명순아), 맹순아∼”

경상도 섬 사나이는 아내를 ‘맹순이’라고 불렀다. 아내가 “애들도 있는데 왜 자꾸 이름을 부르느냐”고 하면 “내가 안 불러주면 누가 맹순이 이름 불러 주노. 니도 내한테 ‘영삼아, 영삼아’ 해라”라고 농 섞인 말을 했다. 잠자리에 함께 누울 때는 늘 “맹순이 잘 자라” 하며 손을 꼭 잡았다. 동갑내기 아내는 그런 그에게 늘 깍듯한 존댓말을 했다.

손명순 여사는 26일 64년 동안 해로한 남편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국회 영결식장을 80분 동안 묵묵히 지켰다. 대형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손 여사는 묵념을 위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눈을 감았다. 서거 이후 애통한 마음을 애써 감추던 그의 오른쪽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손 여사는 조용한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대통령 부인일 때엔 참모 부인들과의 모임을 모두 없애고, 입는 옷의 상표를 모두 떼고 입을 정도로 구설에 오르는 것을 피했다. 그러나 ‘정치 9단’ 옆에는 늘 아내가 있었다. 상도동에서 멸치가 들어간 시래깃국을 끓여 손님을 맞고 지지자들을 다독이며 민주화의 길을 걷는 남편을 도왔다.

고집쟁이 기질의 YS이지만 손 여사의 작심한 ‘반말 담판’이 남편의 고집을 꺾기도 했다. 손 여사는 중요한 약속을 받아낼 때 저녁상을 물린 직후 “니, 이리 온나!” 하면서 담판을 지었다. 손 여사가 “니, 꿈이 대통령 아이가”라며 이렇게 반말로 내지르면 YS도 꼼짝 못하고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영결식이 진행될수록 손 여사는 힘에 부친 듯 휠체어 한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만난 지 한 달 만에 부부의 연을 맺어 반세기 넘게 물심양면 내조한 손 여사는 그렇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남편을 배웅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영삼#前대통령#전대통령#ys#서거#국가장#손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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