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포격 당시를 떠올리면 가슴이 뛰고 떨립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잊을 수 있을지…."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현장에 있던 주민들의 충격과 공포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평도 주민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흔히 '트라우마'로 통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신체 손상과 생명의 위협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뒤 나타나는 질환.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것을 비롯해 순간순간 멍해지는 정서적 마비, 악몽, 환청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일반적으로 충격을 받은 직후에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며, 약 1개월 후까지 증세가 계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로 분류된다.
특히 전쟁은 천재지변이나 교통사고 등보다 훨씬 스트레스의 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 병사들이 3명 중 1명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고, 걸프전 때에도 이라크 주둔 미군 병사 6명 중 1명이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는 집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천안함 생존 장병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는 6명, 고위험군은 13명 등으로 파악됐다.
이번 포격 현장 역시 실제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만큼, 연평도 주민들이 겪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전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며 어린이와 노약자의 경우에는 충격의 여파가 더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가천의대길병원 정신과 조성진 교수는 26일 "그나마 군인들은 전쟁 대비 훈련이라도 받았지만, 민간인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당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심했을 것"이라면서 "인천에 도착해 병원을 찾은 연평도 주민 6명 가운데 5명을 면담했는데 모두 급성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평초등학교 6학년 최덕규(12)군은 "앞으로 천둥소리 같은 것을 들으면 포격 소리가 떠오를 것 같다"면서 "인천에 온 뒤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는데 위에서 쿵쿵 소리만 들려도 무섭다"라고 말했다.
연평중학교 1학년 방혜정(13)양도 "멍하니 있으면 지금도 포격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불안하다"라며 "마음을 진정시켜야겠다고는 생각하지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여전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노용복(73) 할머니도 "6.25 사변 때도 멀리서 포 소리만 들렸을 뿐 이렇게 가깝게 떨어진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포격 당일은 방공호에서 밤을 지샜고 24일 인천으로 나온 뒤에도 지금까지 한숨도 잠을 못자고 있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만성화되면 정상 생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으므로 불면, 불안, 우울 증세를 보일 경우에는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약물 치료와 심리 상담은 물론, 조금 안정이 된 뒤에는 가족이나 주변인에게 포격 당시 느꼈던 감정과 고통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