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모살라 대사원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그의 가족을 위한 수일간의 장례식 일정이 시작되는 가운데 조문객들이 참석해 있다. 테헤란=AP/뉴시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4일(현지 시간) 시작됐다. 이란 국민 수백만 명이 수도 테헤란으로 집결한 가운데 곳곳에서 “미국에게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란 국영 언론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의 유해는 전날 테헤란의 이맘호메이니 대(大)모살라로 운구됐다. 장례식은 이날부터 일주일간 치러진다. 수백만 명의 이란인들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으로 모여들었다.
향년 86세로 타계한 하메네이는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작전으로 암살당했다. 이란은 당초 3월 하메네이의 장례식을 치르려 했으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연기했다.
4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모살라 대사원에서 고(故)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그의 가족을 위한 수일간의 장례식 일정이 시작되는 가운데 조문객들이 참석해 있다. 테헤란=AP/뉴시스이날 테헤란 시내에는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옷을 입은 국민 수천 명이 고속도로를 따라 행사 장소로 걸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도로는 보안군과 콘크리트 바리케이드로 수 km에 걸쳐 통제됐다.
조문객들은 이란 국기를 흔들었다. 일부는 하메네이와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대형 사진을 들고 있었다. 남성 조문객들은 보안 검문소를 통과하며 “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4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모살라 대사원에서 열린 고(故)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그 가족을 위한 수일간의 장례식에 참석한 한 여성이 하메네이의 포스터를 들고 있다. 테헤란=AP/뉴시스 일부 사람들은 현수막과 깃발을 들고 있었다. 도시 곳곳 간판에는 하메네이의 사진이 내걸렸다. 많은 남성들은 시아파 장례식의 전통에 따라 가슴을 치며 애도했다. 또 다른 조문객들은 “우리의 목소리는 하나다! 복수! 복수!”라고 외쳤다.
이란 당국은 ‘세기의 장례식’이라고 부르는 이번 추모식에 최대 2000만 명의 조문객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장례 일정은 오는 9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하메네이 장례식, 美 건국 250주년 독립기념일과 겹쳐
이란 지도부가 이처럼 성대한 장례식을 7월 4일로 잡은 것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자 건국 250주년에 맞춘 의도적인 일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 국영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서 2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최고지도자 관저에 올해 2월 28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관이 안치된 가운데 조문객들이 주변에 모여 애도하고 있다. 오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열리는 하메네이의 장례식은 전쟁으로 인해 미뤄졌다가 미국과 휴전하면서 치르게 됐다. 2026.07.03 테헤란=AP/뉴시스이란 당국은 장례식의 시기와 규모를 미국의 압박에 맞선 인내와 승리의 상징으로 부각하고 있다. 휴전 이후에도 지역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이번 장례식을 국내 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과시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매체는 “이란 지도부는 성대한 장례식을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의도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위대한 사탄”에 대한 역사적인 승리를 기념하는 저항의 장으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에 강력히 맞서겠다는 반미 메시지로 볼 수 있으며, 특히 대미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정치적 의미는 더욱 부각된다고 해석했다. 이란 당국은 이번 장례식의 구호를 ‘반드시 일어서리라’로 정하기도 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메네이 장례식을 두고 “우리는 장례식을 치르라고 일주일의 휴가를 줬다. 우리는 250년 동안 친절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란이 그토록 화해를 원한다“고도 했다.
●하메네이의 죽음에 엇갈린 평가
4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고(故)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그 가족의 장례식을 앞두고 한 조문객이 아이와 함께 꽃과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이맘 호메이니 모살라 대사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테헤란=AP/뉴시스하메네이는 약 37년간 이란에서 절대적인 종교·정치 권력을 행사했다. 시아파 성직자인 그는 보수 성향의 시아파 신도들 사이에서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하는 한편, 중동에서 서방의 영향력 확대에 반대해 온 강경 군부 인사들의 충성도 이끌어냈다. 반면 반체제 인사 탄압과 경제난, 부패 문제 등으로 국내에서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예디테페대 정치학과의 에즈긴 우준 테케르 조교수는 외신에 “어떤 이들은 그를 저항의 상징이자 적들에 의해 순교한 인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그를 권위주의, 여성 인권과 인권 침해, 정치적 탄압의 상징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광장에서 일부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일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또 다른 이란인들은 미국 ABC 인터뷰에서 하메네이의 암살을 수십 년간 이어진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정의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파르니안은 ”행복감과 복수심이 뒤섞인 감정이었다“며 ”마치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사라진 것 같았다. 속으로 ‘드디어 정의가 실현됐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편 후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3월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이번 장례 행사 참석 여부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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