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콘트라(Iran-contra) 사건’이 될 것이다.”
지난해 7월 댄 본지노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월가 출신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정권에 치명타가 될 거라고 경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전했다. 이란-콘트라 사건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적국인 이란에 무기를 판 돈으로 중남미 국가인 니카라과의 반군을 지원한 사건으로,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을 낸 대형 정치 스캔들이다.
NYT에 따르면 미 법무부가 지난해 7월 엡스타인의 성매매 고객 명단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수사 기록(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직후 트럼프 행정부 핵심 고위 참모들이 극심한 의견 충돌을 겪었다. 2024년 미 대선 전 파일 공개를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바꿨다며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J D 밴스 부통령,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캐시 파텔 FBI 국장, 데이비드 워링턴 백악관 법률고문 등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수차례 비밀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 엡스타인 작전실 된 백악관 지하벙커
지난해 7월 17일 트럼프 대통령 핵심 참모들은 엡스타인 파일 비공개 결정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마가라는 사실에 당황하며 백악관 상황실에서 대통령 없이 첫 번째 비상대책 회의를 진행했다고 복수의 미 당국자들이 NYT에 전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지휘하는 등 미 국가안보의 심장부인 백악관 상황실이 ‘엡스타인 스캔들 작전실’로 쓰인 것.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놓고 참모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고 한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포함됐더라도 지금이라도 문건을 공개해 투명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공개될 문건이라면 선제적으로 공개해 지지층을 달래야 한다고 본 것. 하지만 와일스 비서실장 등은 대통령에게 미칠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이를 반대했다.
백악관 긴급상황실(Situation Room)에 앉아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JD 밴스 부통령. AP/뉴시스특히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촉구한 본지노 당시 FBI 부국장은 욕설까지 섞어가며 팸 본디 당시 법무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그는 파일 비공개 발표 당일 본디 전 장관에게 “당신이 멍청한 광대짓을 하며 일을 망쳤다”고 소리쳤다고 한다. 본디 전 장관이 지난해 2월 언론 인터뷰에서 엡스타인 고객 명단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과장해 불필요한 의심을 샀다는 것. NYT는 “온라인에서 보수 지지층의 인기를 얻어 부국장 자리까지 오른 본지노는 마가의 비난을 경험한 적이 없어 더 혼란스러워했다”고 했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는 게 주변인들의 증언이다. 시간이 흘러 파문이 가라앉기를 바라며, 이 사안이 언급될 때마다 신경질을 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결별했지만 한동안 측근이었던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하원의원에게 “자료가 공개되면 내 친구 중 일부가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백악관 상황실 회의는 몇 차례 열렸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을 통해 소개받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에 집착하며 추행했다는 과거 진술을 엡스타인 공개 자료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도 논의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돌이켜보면 백악관 상황실에서 여성 신체 부위를 두고 심각하게 논쟁을 벌인 건 무척이나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고 NYT에 말했다.
● 트럼프 “인플레이션 사랑해” 발언 논란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최근 3년 1개월 사이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데 대한 기자의 질문에 “수치가 훌륭했다. 나는 인플레이션을 사랑한다”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민생고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논란이 일자 그는 뉴욕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전쟁이 끝나면 좋아질 인플레 수치에 대해 얘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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