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고를 밝히라고 행정부에 공개 요구했다. 미국이 핵무기 보유국들에 요구해 온 투명성 기준을 이스라엘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라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이스라엘의 핵무기 사용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반세기 이상 고수해 온 이스라엘 핵무기에 대한 ‘비밀 유지’ 관례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호아킨 카스트로 등 민주당 하원의원 30명은 전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이 이스라엘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묵과하는 건 이란 전쟁 격화의 심각한 위협 속에서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묵인’은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골다 메이르 이스라엘 총리 사이의 비공식 합의 이후 50년 넘게 이어져 왔다. 미국의 비호를 받은 이스라엘은 핵 보유를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성 전략’을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의원들은 미국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려 하면서도 같은 중동 국가인 이스라엘의 핵무기에 대해 침묵하는 건 미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의 핵심 당사자(이스라엘)의 핵무기 능력에 대해 공식적으로 침묵하는 정책을 유지하는 한 중동을 향한 일관된 핵 비확산 정책을 전개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5일 이란의 핵무기 제조 역량이 이번 전쟁 전후로도 큰 변화가 없다는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은 이란 전쟁 발발 뒤 수차례 이란의 핵 개발 역량을 무력화시켰다고 주장했지만, 미 정보기관들은 이란의 관련 역량이 아직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