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율 39%로 추락…고유가로 돌아선 민심에 중간선거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30일 19시 15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의 모습.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여론조사마다 민주당이 공화당에 대한 격차를 벌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2026.04.30.[워싱턴=AP/뉴시스]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의 모습.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여론조사마다 민주당이 공화당에 대한 격차를 벌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2026.04.30.[워싱턴=AP/뉴시스]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5월에 치러진다면 집권 공화당은 패할 것이다.”(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지난달 29일 미 정치매체 더힐)

“미국 야당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들이 ‘트럼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NYT)

올 11월 3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고유가로 고전 중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이자 2028년 미 대선의 가늠자여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더힐, NYT 등 주요 외신의 전망에 따르면 하원은 야당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고, 상원 다수당은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소수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랑에서 유래한 ‘블루 웨이브(Blue Wave)’, 즉 민주당의 선거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추세다.

● 이코노미스트 “민주당 다수당 가능성 98%”

양원제인 미 의회는 상원(Senate)과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으로 나뉜다. 6년 임기인 상원은 2년 간격으로 3분의 1씩 선거를 치른다. 총 100석인 상원은 현재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친(親)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2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35명의 상원의원이 새로 탄생한다.

2년 임기의 하원은 매 선거마다 435석을 모두 교체한다. 현재 공화당이 217석, 민주당이 212석을 차지해 양당의 격차가 크지 않다. 무소속은 1석, 의원의 중간 사퇴 등에 따른 공석이 5석이다. 즉, 민주당이 하원에서 최소 3개 의석, 상원에서 4개 의석을 공화당으로부터 가져오면 다수당을 차지하는 구조다.

지난달 21일 이코노미스트는 자체 분석한 선거 전망 모델을 토대로 하원의원 435명 전체를 뽑는 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다수당 등극 가능성이 98%라고 예상했다.

NYT는 그간 불가능해 보였던 민주당의 상원 장악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지난달 20일 전망했다. 현재 공화당 상원의원이 있는 메인,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알래스카주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의 지지율이 공화당 현직 의원을 앞서거나 최소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코노미스트 모델이 추정한 민주당의 상원 장악 확률은 47%로 아직은 양당 중 누가 상원 다수당이 될지 점치기 어려운 상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의 비서실장을 지낸 마크 쇼트는 지난달 28일 NYT에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등극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예상됐지만 이제 상원 다수당을 둘러싼 싸움도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만약 민주당이 하원은 물론이고 상원에서도 승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Lame duck·권력 누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트럼프 지지율 39%로 떨어지며 최저치

트럼프 대통령의 추락하는 지지율 또한 공화당에 악재다. 지난달 28일 NYT가 최근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한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은 제2기 행정부 출범 후 최고치인 58%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찬성 여론은 39%에 그쳤다. 지난해 1월 재집권 직후 52%보다 13%포인트 하락한 것.

또 폭스뉴스의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도 유권자들의 34%만이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했다. 특히 경제 의제에서도 민주당이 공화당을 4%포인트 차로 앞섰다. 공화당이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전공 분야인 경제 이슈에서 민주당에 뒤처진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공화당 내부 전략가들과 핵심 관계자들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지지 세력 이탈로 선거 패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폴리티코에 “이번 이란 전쟁은 우리가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잃는다는 사실을 거의 확정지었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중반으로 떨어지면 이번 중간선거는 공화당에 ‘피바다(blood bath)’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정치매체 액시오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는 유권자의 심판을 받지 않을 사람처럼 국정을 운영하며, 당의 미래를 저당 잡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공화당이 현 판세를 뒤집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로 이란 전쟁이 미국인의 생계 문제를 위협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전 세계 원유의 20%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화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인질로 붙잡힌 격이다.

현재 미국의 갤런(약 3.8L)당 휘발유 가격은 2022년 이후 최고치인 4달러(약 6000원)를 돌파했다. 미국의 지난달 3주차 기준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5달러로, 전쟁 전 2.98달러 대비 약 35% 상승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회사 입소스에 따르면 미 유권자의 78%가 휘발유 가격을 “매우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77%는 그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국토가 넓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미국에서 휘발유값 인상은 유권자의 대대적인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가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성과로 주장한 감세 법안, 관세 정책 등을 집어삼킨 형국이다.

전쟁이 끝나도 유가 불안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 역시 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장관은 지난달 19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연말까지도 높은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원유 공급 시장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을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파샤 마흐다비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중간선거의 양상이 1992년 미 대선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 전략가였던 제임스 카빌의 유명한 문구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처럼 진행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 문구를 통해 걸프전 승리를 내세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실정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승리를 일궈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또한 비슷한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달 20일 미 전역의 공화당 선거 전략가 수십 명을 소집해 중간선거에 관한 비상 전략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폭스뉴스에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한다면, 국민이 밤잠 못 이루며 걱정하는 생활비 문제를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은 탓”이라고 우려했다.

● MAGA 진영도 이탈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의 균열도 공화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젊은 보수층을 중심으로 “해외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아메리카 퍼스트 공약을 어겼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하원의원 등 거물급 마가 인사들은 거침없이 배신감을 표출하고 나섰다. 특히 마가 진영의 유력 스피커로 꼽혀온 칼슨은 최근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전쟁과 미국 정부가 나아가는 방향이 싫다.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칼슨은 J D 밴스 부통령 지명은 물론이고 트럼프 행정부 2기 구성에 관여한 인물이다. 일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항의의 의미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레오 14세 교황과 거칠게 대립한 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보수 성향 가톨릭 유권자를 잃을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미국 대선 당시 가톨릭 유권자로부터 카멀라 해리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전 부통령)보다 20%포인트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런 흐름은 최근 선거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달 7일 치러진 조지아주 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예상보다 크게 고전했다. 최근 14년간 공화당이 승리한 지역이었음에도 민주당과 14%포인트 격차에 그쳤다.

이란 전쟁 발발 전인 1월 31일 치러진 미국 텍사스주 주의회 상원의원 제9선거구(태런트 카운티·댈러스 인근)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에게 14%포인트 차로 압승했다. 또 민주당은 같은 날 실시된 텍사스주 연방하원 제18선거구(휴스턴 도심) 보궐선거에서도 승리했다. 올 11월 중간선거를 불과 9개월여 앞두고 보수 텃밭 겸 안방으로 꼽히는 텍사스주에서 민주당이 약진한 것이다.

● ‘중간선거=여당 무덤’ 역사 반복?

중간선거는 역사적으로도 ‘여당의 무덤’으로 불린다.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당시 중간선거 이후 지지율이 40% 미만인 대통령의 정당은 중간선거에서 평균 34석의 하원 의석을 잃었다.

1938년 이후 22차례의 중간선거 가운데 20차례나 여당이 패배했다. 단 두 번의 예외는 ‘9·11테러’의 후폭풍이 여전했던 2002년,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시도가 있었던 1998년 중간선거다. 2002년에는 유권자들의 국난 극복 심리가 고조되며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의 지지율이 치솟았다. 1998년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의 탄핵 시도가 역풍을 맞으면서 당시 집권 민주당이 오히려 하원 의석을 늘렸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훨씬 넘지 않는 한, 대통령 소속 정당이 하원에서 패배를 면한 현대 사례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직 미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잃는 것은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만큼이나 변함없는 공식”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중간선거#민주당#공화당#트럼프#이란 전쟁#고유가#블루 웨이브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