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거지 아니다”…가족 잃고 ‘떠돌이 생활’ 中 세발자전거 노인의 사연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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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모두 잃은 90세 노인이 슬픔을 잊기 위해 수십 년에 걸친 자전거 여행에 나선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허난성 카이펑 출신 장중이(90)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떠돌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장씨의 사연은 푸젠성 푸톈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 바이샤오바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장씨의 아들과 며느리, 여덟 살 손자는 1990년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아내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이듬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2년 사이 가족을 모두 잃은 장씨는 집을 떠나 길 위의 삶을 시작했다.

두발 자전거를 타고 시작한 여정은 세발자전거로 바뀌었고, 그는 약 30년에 걸쳐 북서부 신장, 동쪽의 상하이, 남쪽의 샤먼과 취안저우를 거쳐 올해 1월 푸젠에 이르렀다. 신장과 푸젠 사이만 놓고 봐도 약 4212㎞, 차량으로 45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장씨는 “고향에 돌아가면 옛 상처가 다시 떠오를까 두려워 일부러 멀리해왔다”며 “나는 이미 과거를 내려놨다. 이제 남은 삶은 여행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씨는 고령으로 인해 기억력이 점차 흐려져 정확한 집 주소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그는 국도를 따라 이동하면 길을 잃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지도 없이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주민과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은 그에게 식사와 옷을 건네고 길을 안내했다. 바이 역시 푸톈에 머무는 동안 매일 장씨를 찾아 아침 식사를 함께하고 생일을 챙기며 장기를 뒀다.

바이씨는 지역에서 장씨를 만나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도움을 주도록 ‘친절 릴레이’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노후를 위해 집을 마련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장씨는 “구걸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삶”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그는 받은 도움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세발자전거에 실종자 전단을 붙였다.

지난 3월 푸저우에서 목격된 장씨는 최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있으며, 우이산을 거쳐 북쪽으로 이동한 뒤 카이펑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카이펑 당국은 “그가 돌아올 경우 노인 수당 지급 대상이 되며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이라고 밝혔다.

현지 누리꾼은 “고난조차 그를 삶에서 물러서게 만들지 못했다”며 “이 긴 여정은 그가 삶에 바치는 가장 깊은 헌사”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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