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2027년 회계연도(2026년 10월∼2027년 9월) 예산을 23% 삭감하는 예산안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악관은 “불필요하고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된 각종 사업 예산을 삭감했다”며 삭감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줄어든 예산의 대부분이 기초과학 연구 예산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우주 탐사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미국이 과학 분야의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하려면 대대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P/뉴시스 ● NASA 기초 과학 예산 47% 삭감
5일 CNN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해 244억 달러(약 36조6000억 원)에서 56억 달러(약 8조4000억 원) 줄인 188억 달러(약 28조2000억 원)의 2027년도 NASA 예산을 3일 의회에 제출했다.
줄어든 예산 56억 달러의 대부분은 기초과학 연구 관련 예산이다. 백악관은 이 분야 예산을 34억 달러(약 5조1000억 원)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예산의 약 47%에 달하는 규모로 일부 학술지 구독료, 관련 서적 출판 비용 등에 연방정부의 자금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2028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유인 달 탐사 사업 ‘아르테미스’ 관련 예산은 한 해 전보다 7억 3100만 달러(약 1조965억 원) 늘었다. 공교롭게도 백악관이 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3일 당일 NASA는 아르테미스 사업의 일환으로 1972년 이후 54년 만에 4인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아르테미스 2호’ 로켓을 발사했다.
CNN은 중국, 러시아 등과의 유인 우주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기초과학 연구 예산을 삭감한 것은 과학계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려는 노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우주 탐사를 위해 인간을 보낸다는 비전을 실행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비영리 우주과학 연구단체 ‘행성협회’는 최신 예산안이 “우주 과학 및 탐사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케이시 드라이어 행성협회 우주정책 국장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NASA의 예산 삭감은 “미국 과학계에 ‘멸종’ 수준의 위협”이라며 “NASA가 우주 탐사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되는 것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의회 최종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집권 후 재정 적자 축소, 작은 정부 등을 강조하며 NASA를 비롯해 기초 과학 연구 분야에 투입된 연방정부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NASA뿐 아니라 보건·우주·환경 관련 과학 기관의 내년 예산 또한 대폭 삭감할 뜻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립과학재단(NSF), 환경보호청(EPA) 등의 내년 예산도 각각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겠다고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가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환경 보호 등에도 부정적이다.
다만 예산 확정 권한은 의회에 있어 이번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의회는 2026년도 예산안에서도 NASA 예산의 약 4분의 1을 삭감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폐지 대상 목록에 넣은 사업에 관한 예산을 상당 부분 복원했다. 내년 NASA 예산에 관해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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