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즈(NYT)가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학원 문화를 통해 치열한 학업 경쟁의 현실을 전했다.
● “센트럴파크 면적에 1200개 학원”
NYT는 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한국의 학원을 “악명 높을 정도로 치열한 대학 입시 준비 사교육 기관”으로 소개하며, 자녀를 한국의 상위권 대학에 보내는 것이 많은 부모들의 공통된 관심사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특히 ‘학원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사례로 들었다. 매체는 “센트럴파크와 비슷한 면적의 지역에 약 1200개의 학원이 밀집해 있다”며 한국 사교육의 상징적 공간으로 대치동을 묘사했다.
이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스터디 카페’, 두뇌 기능 향상을 내세운 한방 클리닉,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 방음 부스 ‘테라피 존’까지 언급하며, 학업 성취를 위해 일상 전반이 최적화된 풍경에 주목했다.
● 레벨 테스트 논란…법 개정에도 남은 불안
NYT는 한국 사회의 학업 경쟁이 얼마나 과열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레벨 테스트’를 들었다. 일부 학원에서는 만 4세 유아에게도 입학 시험을 치르게 하고, 대치동의 최상위 수학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또 다른 학원에서 시험 준비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한국 사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도한 조기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국회에서는 유아들의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학원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입시가 곧 삶의 성패를 가른다는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한국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인생이 걸린 시험’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을 전하며, 기사에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가족 모두가 불행해질까 봐 두렵다”는 한 어린 학생의 글도 소개됐다.
● 사교육 80%·대학 진학률 76%의 현실
국가데이터처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학령기 학생 가운데 약 80%가 어떤 형태로든 사교육을 받고 있다. 학령 인구는 수십 년간 감소해 왔지만, 사교육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27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높은 사교육 의존도 속에서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76%에 달한다. 다만 NYT는 이러한 집단적 대학 진학을 부추긴 구조적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취약한 연금 제도, 양질의 블루칼라 일자리 부족, 제한된 계층 이동성, 심화되는 소득 격차 등이 학업 경쟁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원 산업을 연구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변수용 교수 역시 “한국에는 두 번째 기회가 없다”며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와 그 다음 첫 직장이 성인이 된 이후의 이동성을 거의 결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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