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고 있다던 美, 석달만에 백악관-USTR “韓 약속 안지켜” 맹폭

  • 동아일보

[美, 관세 파상 공세] USTR 대표 “대미투자 법안 미루며
디지털 서비스 새로운 법 도입”
백악관 “아무런 진전 보이지 않아”
협상 타결 후 누적된 불만 표출… “韓정부 사전징후 대응 못해” 비판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와 백악관이 27일(현지 시간) 한국을 향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인 25%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다음 날 한국에 대한 비판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다시 존중받고 있다”며 대표적인 외교 성과로 꼽은 한미 관세 합의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뒤집혔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 등 정상회담 후속 협상이 예고된 가운데 관세를 둘러싼 균열이 커지면서 한미관계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韓 비판 쏟아낸 백악관-USTR

그리어 대표는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관세를 재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우리는 선의의 표시로 관세를 낮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나 한국은 자신의 몫을 실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어 대표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함께 한미 관세 협상 주축이자 21명의 미국 내각 구성원 중 한 명이다.

그는 한국에 대해 “그들은 (대미) 투자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며 “그들은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법을 도입했다. 농업과 산업 분야에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약속을 지키고 있지만, 한국이 신속하게 자기들 몫을 이행하지 않는 이런 상태는 계속 용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미 투자 지연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시장 개방이라고 강조해온 비관세장벽 완화 등에 별 진전이 없는 가운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이 통과된 것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미국은 허위조작 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미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백악관 역시 이날 한국을 겨냥한 관세 인상에 대해 “단순한 현실(simple reality)은 한국이 낮은 관세를 확보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를 했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관세를 낮췄지만 한국은 그 합의에 따른 자신들의 약속을 이행하는 데 있어 아무런 진전(no progress)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어 대표와 백악관이 한국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을 두고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방침이 한국에 대한 미국 행정부 내 종합적인 판단이 반영된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조치는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대우와 교회에 대한 조치 등 여러 사안에 대한 한국의 방식에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 석 달 만에 비상등 켜진 한미관계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극적으로 관세 협상을 타결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한미가 공개적으로 파열음을 낸 것을 두고 정부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예측 불가능성이 큰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과 우려를 표명한 만큼 사전 물밑 조율을 통해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선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11월엔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지난해 12월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이달엔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미국을 방문했다. 특히 이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부과 사흘 전인 23일엔 김민석 국무총리가 J D 밴스 미 부통령을 만났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고위급 교류를 통해 미국의 이상 기류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28일 브리핑에서 “(관세 부과가) 예고 없이 있었고 백악관 내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는 전혀 느닷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가 산업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대미 투자 지연에 대해 수차례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보인 이상징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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