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전쟁’ 열 올리는 트럼프…“드랙퀸 공연 올린 케네디센터 못 참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9일 17시 23분


“역겨운 종이 빨대, 다음 주 플라스틱 빨대 쓰도록 하는 행정명령”

성소수자, 환경 등 진보적 정책 이슈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문화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드랙퀸(drag queen·여장 남자)’ 공연을 올린 케네디센터의 이사장을 해임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겠다고 밝히는 가하면, 종이 빨대를 없애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케네디센터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나는 예술과 문화의 황금시대를 위한 우리의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 이사장을 포함한 케네디센터 이사회 내 복수의 인사를 즉각 해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놀라운 (신임) 이사장 도널드 트럼프를 포함한 새 이사회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사진 교체 배경에 대해서는 “지난해 케네디센터가 특별히 청소년들을 겨냥해 드랙쇼를 올렸다”고 강조했다.

케네디센터는 지난해 ‘댄싱 퀸즈 드랙 브런치(Dancing Queens Drag Brunch)’ ‘드랙 살루트 투 디바스(A Drag Salute to Divas)’ 등 드랙퀸이 등장하는 공연을 다수 진행했다. 일부는 18세 미만 LGBTQ+ 청소년들과 그 보호자들이 함께할 수 있는 참여형 무료 공연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것이 이 같은 프로그램인 것으로 풀이된다.

케네디센터는 즉각 항변했다. 센터는 성명을 통해 “1971년 문을 연 이래로 모든 대통령 행정부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센터는 비당파적인 방식으로 예술을 지원하는 양당 이사회를 두고 있다”고 했다. 또 “이사회 구성원 중 일부가 해고 통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이사회에 대해 이러한 조치가 취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케네디센터는 미국 정부가 존 F 케네디 대통령 서거 직후에 세운 국립 종합 문화 시설로, 워싱턴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지지해 온 친환경 정책에도 철퇴를 가하고 있다. 집권 1기 때에도 유독 ‘종이 빨대’에 집중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위한 행정명령 발표를 예고했다.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그는 “플라스틱으로 돌아가자(BACK TO PLASTIC)”며 “나는 종이 빨대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바이든의 추진(방침)을 끝내기 위해 다음 주에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썼다. “입에서 역겹게 녹는 빨대 없이 음료를 즐기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이 빨대 사용 정책이 소비자의 자유를 공격한다며 2019년 대선 캠프에서 ‘트럼프’가 새겨진 빨간색 플라스틱 빨대를 판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거의 모든 플라스틱이 석유 제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정책은 석유 산업에 호의를 베푸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케네디센터#드랙퀸#종이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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