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크렘린궁, 푸틴 욕한 바이든 향해 “미국 비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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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미친X’(crazy SOB)이라고 칭했다. 러시아는 즉각 ‘그런 언사는 미국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우리에게는 푸틴 등 미친X들이 있고, 항상 핵 분쟁에 대해 걱정해야 하지만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은 기후”라고 연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기금 모금 행사에서 당초 정해둔 연설문을 벗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은 미 공화당, 중국 정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언어적 공격은 근래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사망한 뒤 강해진 기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로부터 나발니의 죽음이 발표된 후 백악관에서 “우리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his thugs)이 저지른 일의 결과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이처럼 강경해진 이유는 나발니 사망에 따른 대(對)러시아 입장이 오는 11월 있을 미 대선의 변수가 된 상황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발니 죽음의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있다는 의심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푸틴 대통령과 친밀했음을 강조해왔고, 나발니가 사망한 후에도 한동안 침묵을 지켜 비판받은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3일에는 나발니 의문사를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중대 제재’ 패키지도 발표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근래 본인과 나발니를 동일선상에 놓고 ‘바이든 등으로부터 탄압받는 인물’로 주장한 데 대해선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2일 “미국 대통령이 다른 국가의 수장에 대해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 대통령인 푸틴 대통령을 침해할 것 같지는 않다”며 “오히려 그런 어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비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이 ‘할리우드 카우보이’처럼 보이려는 일종의 시도일 수도 있다고 보지만 솔직히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여러분에게 조잡한 단어를 사용한 적이 있나. 그런 적이 없다. 따라서 그런 어휘는 미국 자체를 비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친 말씨로 본인만 민망해지는 ‘본인 얼굴에 침뱉기’라고 반격한 셈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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