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합의문 초안,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 빠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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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초안 ‘생산-소비 감축’ 표현 완화
FT “사우디가 의장국인 UAE에 압력”
美-EU-섬나라들 “수용 못해” 반발
산유국과 갈등… 합의 불발 가능성

“지구 위해 화석연료 없애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폐막 하루를 앞둔 1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총회장에 난입한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캉구잠이 ‘지구를 구하고 미래를 위해 화석연료를 없애자’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두바이=AP 뉴시스
“지구 위해 화석연료 없애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폐막 하루를 앞둔 1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총회장에 난입한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캉구잠이 ‘지구를 구하고 미래를 위해 화석연료를 없애자’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두바이=AP 뉴시스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란 문구가 끝내 포함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며 UAE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미국, 유럽연합(EU), 기후변화에 취약한 섬나라 등은 퇴출 문구 미포함에 반발하고 있어 폐회 후에도 양측 갈등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의장국인 UAE가 작성해 공유한 합의문 초안에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란 표현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 대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석유·석탄·가스의 생산·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완화된 표현이 담겼다.

12일 오전 총회가 공식 종료된 뒤에도 합의문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회의 참석자들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가 COP28의 초점이 석유 및 가스에서 벗어나도록 의장국인 UAE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종 합의문은 COP28에 참석한 198개국이 모두 동의해야 확정된다. 중동 산유국과 화석연료 퇴출을 주도하는 서방 주요국의 갈등으로 최종 합의 또한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세계는 최대한 빨리 화석연료를 퇴출할 필요가 있지만 이 비굴한 초안은 마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에이먼 라이언 EU 협상위원 겸 아일랜드 환경장관 또한 “초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EU가 협상에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도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해 국가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주요 도서국도 반발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태평양, 인도양, 카리브해 등의 39개 도서국으로 구성된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에 속한 마셜제도의 존 실크 천연자원장관은 화석연료의 퇴출이 없으면 자신의 나라가 ‘물속의 무덤’이 될 수 있다며 “조용히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태평양 주요 도서국은 이미 물속에 잠긴 일부 섬을 인양하는 데만 최소 350억 달러(약 46조 원)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아직도 전 세계 에너지 생산량의 약 81%를 담당하고 있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총회 때 회원국들은 석탄 발전의 단계적 감축에만 합의했다. 현재까지 석유 및 천연가스의 감축 논의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cop28 합의문#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산유국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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