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수업 듣던 학생들이 강의실을 나간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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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6일(현지 시간) 컬럼비아대 첫 강의에서 동료 교수, 수강생 등과 함께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X(옛 트위터) 캡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6일(현지 시간) 컬럼비아대 첫 강의에서 동료 교수, 수강생 등과 함께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X(옛 트위터) 캡처
올 9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76)이 미 뉴욕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SIPA) 교수로 임용돼 강단에 처음 섰을 때 학생들은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미 언론이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장 같았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일(현지 시간) 학생 수십 명이 그의 수업 도중 강의실을 나가 버렸다.

이날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을 규탄한 학생들에 대한 마녀사냥 같은 신상 공개가 이어지자 일부 학생이 학교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취지에서 클린턴 전 장관 강의 거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날 수업시간이 절반 넘게 남은 시점에서 강의를 듣던 300명 중 약 30명이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을 나가 버린 것이다. 이들은 계획한 대로 대학원 건물 로비에서 이미 와있던 다른 학생들과 함께 시위를 이어나갔다.

이번 시위의 발단은 지난주 컬럼비아대 캠퍼스 인근에 나타난 큰 스크린을 부착한 트럭이다. 이 스크린에는 앞서 이스라엘 규탄 성명서에 서명한 학생들 사진이 ‘컬럼비아대 주요 반(反)유대주의자’라는 문구와 함께 나타났다. 문제는 SIPA 학생들만 이용하는 비공개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된 사진들도 포함돼 있던 것.

학생들은 “(신상 공개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 즉각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학생 안전과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날 강의는 클린턴 전 장관과 케렌 야르히 밀로 SIPA 학장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과 밀로 학장은 수업을 마친 뒤 로비를 피해 다른 문으로 건물을 떠났다.

SIPA는 지난달 31일 “학생 및 교수진이 신상 털이 대상이 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를 명백히 비판한다”며 “학생 안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신상 공개 트럭은 지난달 하버드대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한 세계 대기업 직원 신상을 공개한 웹사이트 ‘반이스라엘직원닷컴’이 생기는 등 미국 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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