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키부츠 생존자들 “네타냐후 총리가 책임져야” 분통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20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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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내전 위기 목전으로 몰아간 네타냐후
"팔레스타인 적대 정책으로 국민 기만했다"
이·팔 주민들 힘 합쳐 현 정부 몰아내야

이스라엘 남부의 집단 거주지 키부츠에서 하마스의 공격으로부터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팔레스타인 강경책 때문에 안보가 취약해졌다며 총리를 비난하고 있다고 미 폴리티코(POLITICO)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자지구 국경에서 800m 떨어진 나할 오즈 키부츠에서 지난 7일 17살 소년 토메르 엘리아즈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죽게 된다고 소리쳤다. 하마스가 위협해 그렇게 하도록 시킨 것이다.

소년의 말대로 집밖에 나온 사람들은 즉시 살해되거나 인질이 돼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어린이들 여럿이 닭장에 갇혔다. 엘리아즈도 결국 살해됐다.

나할 오즈 키부츠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현재 벨기에로 피신해 있는 엘라드 포터만과 아디 체리는 자신들이 겪은 일로 분통을 터트린다.

벨기에와 이스라엘 이중 국적을 가진 보건경제학자 체리(45)는 “네타냐후가 사과해야 한다. 내가 당신들을 망쳤다. 나 때문에, 내 오만 때문에 당신들이 살해됐다고 말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포터만과 체리는 집 안의 대피실에서 12시간 동안 버틴 끝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숨어있는 내내 로켓이 날아가는 소리, 하마스 대원들이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유대인들을 학살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포터만이 당시 상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반시간 동안 테러리스트들이 집을 뒤지고 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포터만은 도끼를 들고 대피실 문을 지켰고 부인 마리아는 한 손에 7개월 딸을 안고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있었다고 했다.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지만 전 집주인이 설치한 든든한 자물쇠 덕에 테러리스트들이 대피실을 열지 못했다고 했다.

체리는 남편 오렌, 3명의 자녀들과 함께 대피실에서 의자와 찬장 등으로 문을 막은 채 버텨 살아남았다고 했다.

하마스가 격퇴된 뒤 키부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스라엘 남부 군기지로 소개됐고 그 곳에서 다른 곳으로 떠났다. 이스라엘을 떠나기로 한 체리는 4일 뒤 엘 알 여객기 편으로 파리에 도착했고 오빠가 벨기에로 데려갔다. 포터만의 가족들은 다음날 도착했다.

◆네타냐후 때문이다

두 가족은 나할 오즈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현 정부가 자신들을 지켜줄 것으로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포터만과 체리를 비롯한 많은 생존자들이 지난 18일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이스라엘 정부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증언했다.

포터만은 “이스라엘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 내 딸이 숨지도록 방치했다.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 손으로 네타냐후 정부를 이스라엘 의회에서 반드시 몰아낼 것이다. 정부가 주민들을 버린 것에 책임을 물으려는 사람들과 힘을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체리도 가족들이 몰살할 뻔한 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들에게 친구들 절반이 살해된 것을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는 걸 꿈꿨었는데…모든 것이 일주일 만에 사라졌다”며 “정부를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포터만은 네타냐후의 팔레스타인 적대시 정책을 문제 삼는다. 극우 정당들과 손잡은 현 정부의 국가안보장관은 아랍인 차별을 신조로 삼는다. 포터만은 하마스가 공격하기 이틀 전 시온주의 정당이 이스라엘 점령 서안 지구에 오두막을 지은 것을 문제 삼았었다. “이곳은 우리 땅이며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선전해 이스라엘 국민들을 우롱했다”며 시온주의당 당원과 논쟁을 벌였다.

포터만은 “국가적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정치인들의 기만 행위에 대해 이스라엘 주민과 팔레스타인이 봉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을 내전 위기로 몰아갔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주민들 다수가 속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 정부가 지탱하는 건 사람들이 거짓말에 속은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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