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印-캐나다 외교분쟁에 ‘불똥 튈라’ 난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4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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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국적의 시크교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 사망을 둘러싼 인도와 캐나다의 갈등이 인도와 미국의 갈등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가 사망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데 미 정보기관이 도움을 줬다고 23일 보도했다. 사실로 드러나면 인도가 반발할 것이며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가 꼭 필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권을 중시하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앞서 18일 “올 6월 니자르가 밴쿠버 외곽에서 총격으로 숨진 사건의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며 그간 확보한 물증을 제시했다. NYT는 미국이 감청 등을 통해 이 물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은 정보 공유 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맺고 있으나 이번 정보는 미국이 캐나다에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극우 성향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집권 내내 ‘힌두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타 종교, 타 민족을 배척했다. 니자르 또한 테러범으로 규정했다. 이에 트뤼도 정권은 인도가 자국민 사망에 관여한 것은 일종의 내정 간섭이라며 인도 외교관 1명을 추방했다. 인도는 의혹을 부인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캐나다 외교관을 맞추방했고 캐나다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도 중단했다. 이 여파로 두 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또한 전면 중단됐다.

미국은 트뤼도 총리의 발언 후 인도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도 모디 총리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줄타기 외교’를 펼쳤다. 하지만 미 정보기관의 개입 사실이 사실로 드러나면 인도가 미국의 중국 견제 전선에 소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BBC는 미국 영국 등 서구 선진국이 전적으로 캐나다의 편을 들지 않는 것에 대해 트뤼도 정권이 상당한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도는 인구에서 캐나다의 35배에 이르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기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힘’이 우선하는 국제 정세의 냉혹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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