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홍수로 1만1300명 이상 숨져…커지는 두 정부 책임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7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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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각) 리비아 데르나에서 한 남성이 홍수 희생자 시신 매장 터에 벽돌로 세운 묘비 사이를 지나고 있다. 리비아 적신월사는 지난 14일 이번 홍수 사망자 수가 1만1천30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2023.09.16 데르나=AP뉴시스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대홍수 사망자가 1만1300명을 넘어섰다. 가장 피해가 큰 데르나에서만 아직도 1만 여 명이 실종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홍수로 인한 댐 붕괴 당시 “집에 머물라”는 메시지를 낸 주체가 누구인지 리비아의 분열된 두 정부가 책임을 묻는 혼란상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유엔은 데르나에서 적어도 1만1300명이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유엔은 “구조대가 생존자를 쉬지 않고 찾고 있다”며 “사망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민은 4만 명을 넘어섰다. 대홍수 당일 데르나 위쪽 댐 두 개가 붕괴해 유출된 물이 도시 전체를 휩쓰는 데 9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리비아에 양립한 두 정부의 무능이 사실상 더 큰 인재(人災)로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영국 BBC 방송은 범람 당일 대피 명령이 내려졌는지, 아니면 집에 있으라는 지시가 발령됐는지를 놓고 책임론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는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디피 정권이 붕괴한 뒤 이집트가 지지하는 동부 리비아 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한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로 나뉘어 있다. 두 정부는 폭풍이 몰아치고 댐이 무너졌을 때 통일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GNU 측 구마 엘가마티 태그히어당 대표는 14일 “(동부) 피해 지역 주민들은 ‘가만히 집안에 있어라. 집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스만 압둘 잘릴 LNA 대변인은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다”고 반박했다. 대피 경고가 있었지만 주민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지난해 데르나 지역 홍수 위험을 경고하는 논문을 쓴 압델와이즈 아쇼르 오마르 알무크타르대 수력 전문 연구원은 16일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정부가 최근 몇 년 간 (홍수 위험) 경고를 무시했다”며 “정부는 대신 주민 돈을 갈취하고 부패를 저지르며 정쟁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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