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여니 눈앞에 시신이”…지옥 같았던 리비아 홍수 현장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15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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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개 짖는 소리에 일어나…가까스로 대피
밤부터 비 거세지기 시작…금 물 차올라
"삶 전부였던 거리와 도시가 전부 사라졌다"

“눈앞에 시신이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일부는 물살에 휩쓸려 집 안으로 들어왔어요.”

폭풍 대니얼 강타로 대홍수 참사가 발생한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에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참사 당시 상황 증언이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데르나 참사 생존자들이 증언한 홍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데르나 주민인 회계사 후삼 압델가위(31)는 지난 11일 오전 2시30분 개 짖는 소리에 잠이 깼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발밑에 물이 차는 게 느껴졌다.

후삼은 동생 이브라함(28)과 함께 현관문을 열었고,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문이 떨어져 나갔다. 다급하게 뒷문으로 달려갔고,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눈앞에 여성과 아이들 시신이 지나가고 있었다.

곧 후삼과 이브라함도 물살에 휩쓸렸고, 빠른 속도로 떠내려갔다. 형제는 가까스로 전봇대에 묶인 전선을 밧줄 삼아 인근 건물로 갔고, 3층 창문을 통해 5층 옥상으로 올라가 목숨을 건졌다.

후삼은 “우리가 있던 곳은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며 “저지대에선 5~6층에 있던 사람도 살아남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는 데르나 외곽에 있는 두 개의 댐이 붕괴하면서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강물이 급류가 되면서 발생했다.

라흐마 벤 카얄(18)은 “도시가 물로 두 동강 났고, 모든 게 사라졌다”며 “그 사이에 있던 사람들 모두 죽었다”고 말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홍수는 하루 전 가랑비처럼 시작됐다. 데르나 출신 의대생 암나 알 아민 압사이스(23)는 처음엔 그다지 두려운 상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암나와 세 동생은 10일 저녁 바닷가 인근 7층짜리 아파트 1층에서 게임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갖고 놀았다. 막내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며 웃기까지 했다.

밤이 되자 비는 거세졌고,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암나는 “새벽 2시30분께부터 정말 시작됐다”며 “소음이 점점 커졌고, 동생은 도로가 물로 덮이는 게 보인다고 했다”고 전했다.

물이 차오르자 주민들은 위층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암나는 고양이와 여권을 들고 3층으로 올라갔다. 곧 3층까지 물이 차올랐고 다시 5층으로, 또 7층으로 올라간 뒤 옥상으로 나갔다.

맞은편 3층 건물 옥상에선 사람들이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흔들고 있었다. 잠시 뒤 건물 전체가 급류에 무너졌다.

홍수가 잦아든 뒤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사이 집은 사라져 버렸다. 암나는 “마치 땅이 갈라진 것 같았다”며 “거리가 있던 자리엔 구멍만 남았다”고 했다.

생존자들은 고지대로 걸어갔고, 가는 길 곳곳엔 시신이 있었다. 후삼은 “죽은 친구가 최소 30명, 지인은 200명이 넘는 것 같다”며 “내가 살아남은 건 기적”이라고 했다.

암나는 “다신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그 거리는 내 삶의 전부였다. 도시 구석구석 다 알고 있었다”며 “이제 모든 게 사라졌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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