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유엔제재 틀내 北과 군사협력”… 美 “北-러 금융제재 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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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러 무기거래]
국제사회, 北-러 무기거래 거센 비판
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의식한듯… 일각선 “핵심기술은 안 준다는 의미”
美 “北-러 양방향 주저않고 제재”… ‘무기거래땐 자금 추적해 동결’ 경고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비롯한 이른바 군사기술 협력에 대해 미국이 “(북한이나 러시아) 어느 방향이든 주저하지 않고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틀 내에서 북-러 안보 협력이 가능하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금융 추적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다음 주 유엔 총회를 앞두고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만큼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푸틴 “제한 내 北과 협력”… 우회 불가능
푸틴 대통령은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직후 ‘로시야-1’ 인터뷰에서 북-러 군사기술 협력에 대해 “일정한 제한이 있다. 러시아는 이 모든 제한을 준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의 규정 틀 내에서도 (군사기술 협력) 가능성은 있으며, 이에 대해 우리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고도 북-러가 협력할 수 있는 안보협력 분야가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러시아가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등과 관련된 핵심 기술을 북한에 직접 제공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선전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AP통신은 “일부 분석가는 중국 등 핵심 파트너 국가에도 핵심 무기 기술을 긴밀하게 보호해온 러시아가 이를 북한과 공유할 의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핵이나 탄도미사일 등 WMD 외의 북-러 안보 협력도 지금까지 유엔을 통과한 11개의 촘촘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우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북-러 간 무기 거래는 모든 무기 수출을 금지한 1874호 결의와 수리를 위한 무기 운송도 금지한 2270호 결의, 대북 무역 금융지원을 금지한 2321호 결의 위반이다.

북-러 정상이 논의했다고 공개한 러시아의 북한 우주비행사 훈련도 과학·기술 협력을 금지한 2321호 결의 위반 가능성이 있다. 또 러시아가 무기를 공급받는 대가로 북한에 식량과 원자재를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엔은 북한에 대한 유류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북한과의 모든 형태의 교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체제를 준수해야 한다”며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美 “북-러 무기 거래 시 금융 추적”
미국은 북-러 무기 거래가 현실화되면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해서도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지금 러시아는 주로 북한과 이란에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마치 여러 외계인이 모인 영화 ‘스타워즈’ 속 술집 장면 같다”며 “러시아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상과학(SF) 영화 속 외계인들의 연회에 비교해 ‘왕따 국가들의 만남’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러 간 무기 거래 시 관련 자금을 추적해 동결할 수 있도록 북한, 러시아 각각에 대해 금융기관 제재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오브라이언 국무부 제재정책조정관은 AP통신에 “기존 제재를 위반하는 북-러 거래가 발생하면 미국은 최소한 이들의 거래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거래에 사용되는 개인이나 금융기관을 식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이 유엔에서도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러 독자 제재 과정에서 중국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은 러시아와 이란의 드론 거래와 관련해 부품을 공급한 중국 기업 5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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