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20개월만에 3만 돌파… 꿈틀대는 日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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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분기 성장률도 플러스 전환

17일 일본 도쿄의 한 전광판에 이날 도쿄 증시의 닛케이종합지수가 3만 엔을 넘어섰다는 숫자가 보인다. 이 지수가 3만 엔을 돌파한 것은 2021년 9월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도쿄=AP 뉴시스
17일 일본 도쿄의 한 전광판에 이날 도쿄 증시의 닛케이종합지수가 3만 엔을 넘어섰다는 숫자가 보인다. 이 지수가 3만 엔을 돌파한 것은 2021년 9월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도쿄=AP 뉴시스
막대한 돈을 푼 아베노믹스에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말을 듣던 일본 경제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위 225개 종목으로 산출하는 닛케이평균주가가 1년 8개월 만에 3만 엔을 돌파했고 도쿄증시 1부 전 종목을 대상으로 한 TOPIX 지수는 ‘거품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지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1분기(1∼3월) 일본 경제성장률은 3개 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다만 뒤처진 디지털화, 장기 지속되는 저출산 고령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성장세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33년 만에 최고’ 日 증시

17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일본 TOPIX 지수는 전날 2,127.18로 1990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이날도 0.3% 오른 2,133.61로 장을 마쳤다. 닛케이평균주가는 0.84% 상승한 3만93.59엔으로 마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유럽은 경기 침체 우려가 큰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이 큰 일본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각종 지표에서도 체감 경기 회복이 확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 부진과 경기 악화 우려에 시달리고, 한국은 올 1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이 1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일본은 다르다. SMBC닛코증권이 1308개 상장사 지난해 실적을 분석·예측한 결과 매출액은 14.2%, 영업이익은 4.2% 늘어났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의 미 버크셔해서웨이는 대만 반도체 업체 TSMC 주식을 전량 매각하고 미쓰비시를 비롯한 일본 5대 종합상사에 60억 달러(약 8조 원) 넘게 투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자 원자재 개발 및 농산물 교역에 강한 일본 종합상사 주가는 연일 최고 수준이다. 버핏 회장은 “일본 종합상사는 앞으로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고 밝혔다.

● 日 경제성장률 ‘플러스’ 전환

일본 경제 회복세는 경제성장률에서도 잘 나타난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일본의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4% 증가하며 3개 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개인 소비가 늘고 설비 및 공공분야 투자도 증가하면서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철폐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3.67%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것도 경기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

시라이 사유리(白井さゆり) 게이오대 교수(경제학)는 “자동차, 가전 같은 내구재 소비가 강해졌고 관광을 비롯한 서비스 분야에서도 소비가 증가했다. 디지털 및 탄소 중립 분야에서 설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경기 호전 원인을 분석했다.

일본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만큼 대외 의존도가 높진 않지만 수출 부진으로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9조2000억 엔)는 1년 전 절반에 그쳤다. 투자 이자 및 배당으로 소득수지는 흑자이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 구조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029조 엔(약 1경66조 원)인 국가부채도 짐이다.

시라이 교수는 “일본 잠재성장률은 0.5%에 불과하고 고령화 영향이 커서 소비도 (늘긴 했지만)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주가가 상승세이지만) 임금이 계속 상승할지도 불투명해 기업 이익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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