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반, 유세장, 사제무기… 아베 피습때와 ‘판박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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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총리 겨냥 폭발물 테러]
전-현 총리, 유세중-직전 공격 당해
인터넷에 일정 공지된 점도 비슷

지난해 7월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사제 총에 피격당한 직후 쓰러져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지난해 7월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사제 총에 피격당한 직후 쓰러져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1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겨냥한 폭발물 투척 사건은 지난해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피격 사망 사건과 여러모로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 9개월 시차를 두고 전·현직 총리가 시간, 상황, 용의자 신상 등이 비슷한 공격을 당한 것이다.

먼저 발생 시간과 장소다. 두 사건 모두 오전 11시 30분경 도쿄가 아닌 지역의 선거 유세장에서 벌어졌다. 기시다 총리는 23일 중·참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 지원을 위해 와카야마현을 방문했다가 연설 직전 공격당했다. 아베 전 총리도 지난해 7월 8일 나라현에서 자민당 참의원 후보 지원 유세를 시작한 직후 총에 맞았다.

다른 일정과 달리 집권 자민당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 공지되는 유세 일정이었다는 점도 같다. 일본 당국은 아베 전 총리 사건 이후 경호 체계를 강화했지만 유권자와 가까이 만나는 대낮 야외 유세장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위험을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범인이 남성이며 사제(私製) 무기를 사용한 점도 닮았다. 이번 사건 용의자 기무라 류지(24)는 20∼30cm 길이 쇠파이프 모양 사제 폭발물을 직접 만들었다. NHK방송은 수사 당국을 인용해 “용의자가 지닌 원통 모양 폭탄 2개 중 1개는 현장에서 터졌다”며 “통 양쪽 밖으로 도화선 같은 것이 나와 있었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 저격범인 전 해상자위대원 야마가미 데쓰야(41)도 목판과 금속통을 테이프로 고정해 직접 만든 권총을 썼다.

이번 사건이 아베 전 총리 피습 사건을 모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소셜미디어에는 야마가미를 향한 동정과 찬양 여론이 퍼지기도 했다. 간사이국제대 나카야마 마코토 교수는 산케이신문에 “둘 다 일국 총리를 노린 ‘론 오펜더’(단독범)로 보인다”며 “이런 범죄의 싹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지가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기시다 후미오#폭발물 투척 사건#아베 전 총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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