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저명한 반정부 활동가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가 10일(현지시간) 법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맞서 싸우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소신을 밝혔다.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에 따르면 카라-무르자는 이날 모스크바 법원에서 진행된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이 같이 말했다.
카라-무르자는 “나는 나의 정치적 견해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반대 목소리와 푸틴 독재에 맞선 1년 간의 투쟁, ‘마그니츠키법’을 통한 인권 범죄자에 대한 개인적인 국제 제재 기여 등”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장은 ‘반성’이 감경 요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행동을 조금도 뉘우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다”면서 “반성해야 할 것은 그 일들을 저지른 범죄자들”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나는 보리스 넴초프에 의해 정치에 입문한 것이 자랑스럽다. 그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길 바란다”며 “나는 나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넴초프는 러시아 야당 지도자로 2015년 총살됐다.
그러면서 “내가 자책하는 단 한 가지다. 수 년 간의 정치 활동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온 내 동포들과 정치인들에게 현 (푸틴) 정권이 러시아와 전 세계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 끔찍한 전쟁의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한탄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최후 변론에서 일반적으로 무죄를 주장한다.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이들에겐 유일하고 정당한 선택일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이 법정에 요구할 게 없다. 나는 내 판결이 무엇일지 안다. 1년 전 검은색 제복와 검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내 차를 쫓는 것을 봤을 때 이미 알았다. 이것이 오늘날 러시아에서 침묵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지만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이 어둠이 걷힐 날이 올 것이란 걸 안다. 마침내 흰색은 흰색, 검은색은 검은색으로 부르고 ‘2X2는 4’라는 것을 인정할 때, 또 전쟁을 전쟁이라 말하고 찬탈자를 찬탈자라고 부를 때, 그리고 전쟁을 막으려던 사람들이 아닌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범죄자로 선포될 때 (그 날이 올 것)”이라며 “가장 추운 겨울 뒤 봄이 오듯 그 날이 (오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어둠 속에서도, 심지어 이 철창 속에서도 나는 조국을 사랑하고 우리 국민들을 믿는다. 나는 우리가 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진술을 마쳤다.
카라-무르자는 넴초프와 뜻을 함께 했던 반정부 활동가이자 언론인이다. 정권의 탄압을 받았고 2015년과 2017년 독극물로 생명에 위협을 겪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반역과 러시아군에 대한 ‘가짜뉴스’ 유포, ‘위험 단체’ 오픈 러시아 활동 등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러시아 검찰은 6일 그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17일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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