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MF 부총재 “韓, 반도체 무역적자 속 내수약화까지 복합 역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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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고피나트 수석부총재 인터뷰
韓경제, 대내외서 둔화요인 겹쳐 성장률 전망치 3차례 연속 하향 조정
물가 억제에 기준금리 정책 맞춰야… 저출산 심각해 중장기 대응도 필요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가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현재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가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현재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한국 경제는 반도체 침체로 인한 무역적자 확대, 고금리 영향으로 인한 내수 약화 등 복합적 역풍을 맞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만난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한국 경제에 닥친 위기를 이같이 분석했다. IMF는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세 차례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배경으로 대내외 복합 악재를 든 것이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IMF의 2인자이자 IMF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미국에서 떠오르는 ‘스타’ 여성 경제학자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인도 델리대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미 프린스턴대 박사,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를 거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IMF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반면 한국은 내렸는데….

“우리는 몇몇 국가의 성장률을 약간 올렸지만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특히 반도체의 침체 사이클과 함께 세계 경제 성장 약세가 무역적자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 주택가격 하락 등 내수 약화가 압도적 (경제 둔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재반등 조짐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리는 ‘인플레이션 해결은 이제 막 시작됐고, 이를 끝내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장에 동의한다. 미 1월 물가지표는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고, (중앙은행이)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금리는 계속 더 올라야 하고, 오랫동안 충분히 (고강도 긴축의) 제약적인 영역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 물가는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기준금리는 물가 억제에 맞춰져야 한다. 또 한국의 수요 약화, 노동시장 둔화, 한미 금리 차에 따른 환율 효과 등을 고려해 한은은 반드시 전적으로 한국 경제를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 경제는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고금리 속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미국 경제가 불황을 피할 수 있는 매우 좁은 길이 존재한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그것은 매우 좁은 길이다.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고, 더 높은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다.”

―한국 정부의 부채 비율이 50%에 육박하는데 경기 둔화 속 한국 정부의 지출은 어떻게 운용돼야 한다고 보는지….

“한국 정부는 부채 비율을 볼 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지출) 여력이 있다. 향후 더 큰 경제 충격이 있을 때 정부의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또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를 앞두고 있어 재정 측면에서의 중장기적 대응도 고민해야 한다.”

―얼마 전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세계 각지를 다니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이 가장 걱정이다. 전체 인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대가가 있을 수 있다.

또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세계적 ‘분열’ 현상으로 세계 총생산의 7%, 즉 일본과 독일 규모의 경제를 영원히 잃는 것과 같은 손실이 우려된다. 미중 갈등과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 분열은 심각한 위험이다. 많은 국가가 안보 불안 속에 공급망 안정성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각국이 모든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가져오려고 할 때, 분열의 모든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IMF 최초 여성 수석이코노미스트 등 ‘장벽’을 뛰어넘어왔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장벽을 깨고 싶다면 ‘후츠파(Chutzpah·)’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담대함, 뻔뻔함이란 뜻으로 이스라엘 특유의 도전 정신을 의미한다.) 저는 제가 항상 그래왔던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갖고 매우 열심히 알하는 거요.

그리고 사회가 여성을 위해 어떤 기회를 마련해 주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고위직 여성은 다른 여성들에게 큰 차이를 만든다. 내 경우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최초의 여성 IMF 총재)였다. 내가 IMF 최초의 여성 수석 경제학자로 임명된 점도 이런 점에서 매우 중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그들의 능력이 저를 도와준 것처럼 다른 여성들에게 도움이 됐다.”

미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9층 러시처본부 사무실에 걸린 역대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진들. 기타 고피나트 현 수석부총재가 유일한 여성 사진으로 걸려 있다.  워싱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9층 러시처본부 사무실에 걸린 역대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진들. 기타 고피나트 현 수석부총재가 유일한 여성 사진으로 걸려 있다. 워싱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분 단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데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워라밸’은 개인전 선택이라 생각한다. 나는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일을 많이 하고 싶었다. 정말 운이 좋은 것이 나의 커리어에 엄청난 도움을 준 배우자가 있고, 저에게는 20살이 다 된 아들이 있는데, 또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되고 있다. 결혼할 때 (개인의 선택을) 지지해줄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었다. 한국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앞을 향해 손을 내밀고, 기회를 포착하며, 사회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라는 것이다. 동시에 사회에 필요한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최근 개선된 점이 있지만 여전히 상당히 큰 성별 격차가 남아있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다시 직장에 복귀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일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를 갖기로 선택했다고 해서 엄청난 손해를 보는 일이 없고, 직장에 돌아올 있어야 한다. 한국의 고령화, 저출산을 생각하면 중요한 문제다.”


워싱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imf 부총재#기타 고피나트#인터뷰#반도체 무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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