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커창 고별 영상까지 삭제… 작년 끌려나간 후진타오 연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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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서열 2위 양회 끝으로 물러나
‘성장’ 중시… ‘분배’ 시진핑과 이견
마지막까지 초라한 퇴장 예고
새 총리 리창, 習측근그룹 대표 주자

최근 퇴임을 앞두고 정부 부처를 순회하고 있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운데)가 직원들에게 환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외신들은 리 총리의 고별인사 영상이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출처 웨이보
최근 퇴임을 앞두고 정부 부처를 순회하고 있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운데)가 직원들에게 환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외신들은 리 총리의 고별인사 영상이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출처 웨이보
중국 권력서열 2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약 54분의 업무 보고를 끝으로 사실상 물러났다. 전국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합쳐 부르는 ‘양회(兩會)’가 13일까지 열리는 가운데 이 기간 중 이미 후임자로 내정된 리창(李强)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총리에 공식 취임하면 리 총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리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전 주석직을 놓고 경쟁했다. 시 주석이 집권 후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하자 ‘유령 총리’로 불릴 만큼 10년 내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특히 당국이 퇴임을 앞둔 그의 고별인사 영상까지 검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마지막에도 초라한 퇴장을 하게 됐다.

● 환대받는 리커창 영상 검열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 총리가 국무원, 재정부 등 정부 부처를 돌며 고별인사를 하는 각종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삭제되는 등 검열을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살아남은 영상은 당국의 검열 체제를 뜻하는 ‘만리방화벽’ 외부에서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상에는 그가 직원들에게 환대받거나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방문해 “최우선 순위는 발전이며 그 동력은 개혁이다. 모든 것이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고 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리 총리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으로,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시 공청단 출신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총애를 받았고 경제통답게 ‘성장’을 중시했다. 그러나 ‘분배’를 우선시한 시 주석은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기)’ 등을 내세워 기업 활동을 사사건건 규제했고 리 총리의 존재감은 옅어졌다.

2020년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샤오캉(小康·의식주 걱정 없이 풍족) 사회 건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리 총리는 “6억 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9만 원)에 불과하다”며 섣부른 목표라고 맞섰다. 이처럼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던 리 총리지만 마지막 업무 보고에선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등 시 주석을 14차례 입에 올리며 소신 발언을 자제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고별인사마저 검열 대상에 올랐다는 점은 ‘리커창 색채’를 완전히 지우려는 당국의 의도를 보여준다. 후 전 주석 또한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 도중 진행요원에게 끌려나가듯 퇴장했다. 당국은 이 영상과 사진도 모두 삭제했다.

● 中엘리트 ‘충성 경쟁’ 강화
새 총리에 오를 리창은 시 주석의 측근 그룹 ‘시자쥔(習家軍)’의 대표 주자다. 시 주석과 마찬가지로 상하이 당 서기를 지냈다. 지난해 상하이가 중국 31개 지방정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시 주석의 절대 신임을 바탕으로 2인자에 올랐다.

이에 따라 중국 엘리트의 시 주석에 대한 ‘절대복종’ 움직임 또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오직 시진핑의 부하만이 각광받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산당이 사회경제적 자원과 기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체제의 내부자’가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양회 기간 중 수뇌부의 눈에 들려는 전국 대표위원들의 경쟁도 한창이다. 특히 저출산에 관한 각종 이색 제안이 넘쳐난다. 한 위원은 “젊은이들이 사랑에 빠질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 이하로 제한하자고 했다. 다른 위원은 미혼 부모의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리커창#양회#유령 총리#리커창 영상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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