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풍선 사태’ 美·中 대화 분위기에 찬물…“정찰용” vs “민간용” 충돌

  • 뉴시스
  • 입력 2023년 2월 4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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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으로 미중 관계 개선에 또 다시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로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 일정이 연기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말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 해빙을 시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18일 류허 중국 부총리와 만나 미중 간 의견 차이를 잘 통제하고 미중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약속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오는5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대면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미중이 갈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은 향후 미중 관계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이벤트로 인식됐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중국의 지도자들과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충돌 방지, 북핵 문제, 기후변화 등 폭 넓은 이슈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정찰용 vs 민간용”

미국과 중국은 정찰풍선의 성격과 영공 침범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정찰풍선의 이동 경로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된 몬태나주 말름스트롬 공군기지, 노스다코타주 미노 공군기지 등 핵 군사기지가 포함돼 있다며 ‘군사 시설’ 정찰을 침범 원인으로 봤다.

앞서 미 국방부는 중국의 정찰풍선이 동쪽으로 이동해 미국 중부 상공에 도달했다며 이 풍선이 감시용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중국측 주장을 배격했다.

반면 중국은 해당 풍선이 ‘민간용 비행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이 문제로 중국을 비방하고 있다며 기상연구 용도로 사용한 비행선이 불가항력으로 미국 영공에 진입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성명에서 “중국은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이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공격하고 신용을 떨어뜨리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양국 외교라인의 임무 중 하나는 양국 관계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으로 특히 일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침착하고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관계 개선에 또다른 악재


미 국무부가 소통 창구를 열어뒀지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정찰풍선의 용도를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쌓여온 양국 간 불신이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풍선을 쏴라”는 글을 올렸다. 2024년 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중국의 스파이 행동을 억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공화당 내 또 다른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트윗을 통해 “바이든은 중국이 우리를 짓밟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며 정찰풍선 격추를 촉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트위터에서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풍선을 안전한 곳에서 격추한 뒤 시진핑 주석에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약점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대변인실은 ‘갱 오브 에이트(Gang of Eight)’이 다음주 중국 정찰풍선 관련 브리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갱 오브 에이트는 기밀 브리핑을 받을 수 있는 상원과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지도자들을 의미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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