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수출통제에도… 中, 미국산 첨단반도체 구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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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국영 연구소 2020년이후 12차례
인텔 제품 등 사들여 핵 연구에 사용”
美 대중 수출규제 실효성 논란

중국의 주요 국영 핵무기 연구소가 미국의 수출통제에도 핵무기 연구를 위해 미국산(産) 첨단 반도체를 구입해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어 핵무기 개발에도 미국산 금수 품목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 대중 수출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중국공정물리연구원(CAEP)의 조달 서류 등을 확인한 결과 이 연구소가 2020년 이후 인텔과 엔비디아 등이 생산한 첨단 반도체를 최소 12차례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CAEP는 1997년 미국의 수출통제 리스트에 오른 기관이다.

CAEP는 미국산 7∼14nm(나노미터·1nm은 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를 사들여 핵무기 개발을 위한 핵폭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미사일 유체역학 연구에 사용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들 반도체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아직 자체적으로 대량생산을 못 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14nm 이하 비(非)메모리 반도체의 중국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또 CAEP가 10여 년간 내놓은 연구논문을 분석한 결과 미국산 반도체를 활용한 연구가 3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건은 핵실험 없이도 핵 비축량을 유지하는 방법 등 핵 개발 관련 연구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WSJ는 보도했다.

미국의 수출통제에도 CAEP가 미국산 반도체를 사들일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반도체가 컴퓨터와 게임기 등에 사용되는 범용 반도체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컴퓨터나 게임기를 분해해 이들 반도체를 재판매할 경우 제재할 수단이 없다. 중국 온라인쇼핑몰을 통해서도 이들 첨단 반도체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의 무기 개발과 관련한 미국의 수출규제에 허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극초음속 관련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2019년 이후 300건 이상 중국에 판매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958년 설립된 CAEP는 중국 최초 수소폭탄 개발에 참여하는 등 중국의 핵심 핵개발 연구소로 꼽힌다. CAEP의 관계사로 알려진 판다 국제정보기술은 화웨이와 함께 북한 무선 네트워크 구축에 참여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수출통제#미국산 첨단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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