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법원, 룰라 당선 공식 인증…‘美 1·6사태’ 재연없이 대선 마무리

  • 뉴스1
  • 입력 2022년 12월 13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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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최고선거법원(TSE)이 12일(현지시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7) 대통령 당선인을 인정하는 공식 인증서를 발부했다. 원래 예정된 인증일은 오는 19일이었지만, 상대 후보였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를 우려해 일주일 앞당겨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해 1월 6일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상원 인준을 앞두고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 사태와 같은 소동은 면했다. 다만 이 같은 항의 시위를 선동한 원주민 지도자가 열흘 구금에 처해지자 이에 반발한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룰라 당선인의 ‘제 39대 대통령’ 취임식은 내년 1월 1일 열린다.

◇일주일 앞당겨 이뤄진 당선인 공식 인증

브라질 관영 뉴스통신 등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은 이날 오후 노동자당(PT)의 룰라 다 실바 대통령 당선인과 제랄두 알크민 부통령 당선인에게 공식 당선 인증서를 발부했다.

수도 브라질리아 대법원에서 열린 인증식에는 국회의원과 사법부 수장, 외국 정부 대표단 등 400여 명의 내빈이 참석했으며, 조제 사르네이 전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등 전직 정상들도 자리를 지켰다.

본래 선거 일정상 공식 당선 인증은 이달 19일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일주일 앞당겨진 것이다. 이 같은 일정 변경은 “선거 결과를 놓고 다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反) 민주적 움직임을 진정시키기 위해 추진됐을 것”이라고 브라질 최대 포털 우니베르소 온라인 뉴스는 전했다.

다만 법률상 당선 인증은 19일까지만 이뤄지면 되기 때문에 해석상 문제는 없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역시 2018년 선거 승리 인증을 마감일보다 아흐레 앞선 12월 10일 받았었다.

대법원 산하 최고선거법원의 당선인 인증은 당선인이 선거법에 명시된 모든 요건을 충족하고 대통령 당선인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절차다.

이로써 지난달 2일 1차 투표와 30일 결선 투표에 걸쳐 이뤄진 브라질 대선 절차는 마무리 됐다. 룰라 당선인은 이제 내년 1월 1일 제 39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게 된다.

룰라 당선인은 “오늘 저는 브라질 대통령이 되는 절차를 다시 한 번 마쳤다”면서 1월 1일 취임 전 마지막 행사“라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2003~2010년 두 차례 집권하며 브라질 경제 성장과 빈부격차 완화를 이끌고 내려온 데 이어 세 번째 임기를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달 2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결선에 진출한 룰라 당선인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같은 달 30일 결선투표 결과 각각 50.9%, 49.1%의 득표율을 기록, 1.8%포인트(p)의 근소 차로 승리가 룰라 당선인에게 돌아간 바 있다.

◇美 1·6 사태 재현 없었지만…원주민 지도자 체포 등 폭력 사태

브라질 대선이 막판까지 긴장을 자아내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은 까닭에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당선 인준을 저지하기 위해 벌인 ‘1·6 의사당 난입 사태’의 재발 우려가 있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워낙 ‘남미의 트럼프’로 불린 트럼프 추종자이기도 했고, 이번 대선이 극우 진영과 좌파 진영 간 ‘가장 양극화된’ 이념 대결 양상 속 박빙 승부로 펼쳐졌다는 점도 폭력사태 발생 우려에 힘을 더했다.

다행히 큰 ‘난동’ 없이 공식 인증이 마무리 됐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브라질 사법 및 집행 당국과 룰라 당선인 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국 정부 등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처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브라질리아에서는 연방경찰청사 접수를 모의한 주동자로 꼽힌 원주민 사반테족 지도자 조제 아카시우 세레레 사반테가 전날(11일) ‘반민주 행동’ 혐의로 체포돼 10일 구속에 처해진 데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로 이뤄진 시위대의 항의가 점차 격렬해지면서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기도 했다고 현장을 취재한 AFP 통신은 전했다.

시위대는 브라질리아 중심가에서 차량과 버스 수 대를 공격해 차량에 불이 붙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주요 도로가 폐쇄되고 룰라 당선인이 머물고 있는 호텔 보안도 강화됐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룰라 당선인은 2003~2010년 재임 기간 공격적인 사회지출로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구출, 브라질은 물론 남미의 ‘핑크타이드(온건좌파 물결)’ 시대를 이끌며 높은 인기를 구가한 인물이다. 남미 정치권 전체로 퍼진 건설사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유죄 판결을 받아 몰락하는 듯 했지만, 복역 중이던 지난해 3월 대법원의 무효 판결로 결국 명예 회복에 완전히 성공했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돌아온 룰라’가 이끌 브라질과 중남미의 변화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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