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韓-日 등 53개국서 비밀 해외경찰서 운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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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단체 “反정부 중국인 감시”

외국에 있는 반(反)정부 성향 중국인을 감시한다고 의심받는 중국의 이른바 해외경찰서가 한국에서도 운영되고 있다는 국제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5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의 비밀 해외경찰서를 한국과 일본 등 최소 세계 53개국에서 102곳 이상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9월 조사에서 21개국 54곳을 확인했고 추가 조사를 통해 (한국 등) 48곳이 더 발견됐다”고 했다. 이 보고서를 처음 공개한 미국 CNN 방송은 “중국 정부는 해외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중국인을 감시하고 괴롭히기 위해 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어느 지역에서 이런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 장쑤성 난퉁(南通)시 공안국 산하 조직으로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난퉁시 공안국은 2016년부터 한국 등 29곳에서 이런 시설을 운영했다.

“中, 2016년부터 韓에 자국민 감시조직 둬… 본토 공안이 통제”


中 비밀 해외경찰서 파문
“佛-스페인 중국인들 강제귀국 당해”
獨 등 조사 착수… 국제 논란 가능성
中 “해외국민 행정 도움주기 위한 것”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9월 중국이 해외에서 이른바 비밀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처음 폭로할 때만 해도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단체가 이번에 공개한 추가 조사 보고서에 “2016년 2월부터 한국 등 29곳에서 해외경찰서를 운영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시설은 한국과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캐나다 밴쿠버·토론토, 이탈리아 밀라노·로마, 호주 시드니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독일과 캐나다를 비롯한 일부 국가가 자국에 설치된 해외경찰서 조사에 착수하면서 국제적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측은 CNN에 “현재까지 밝혀진 시설 수는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은 이런 시설을 확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보고서 “佛서 중국인들 강제 귀국 당해”
이 시설들은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중국에서 ‘110’은 한국 ‘112’ 같은 범죄 신고 전화번호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설들은 주재국 위치에 따라 저장성 칭톈(靑田) 공안국, 저장성 원저우(溫州) 공안국, 장쑤성 난퉁(南通) 공안국, 푸젠성 푸저우(福州) 공안국 등 4개 공안국에서 권역을 나눠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은 4일 “파리에 살던 중국인이 중국 해외경찰서에서 비밀리에 근무하는 공작원들에 의해 강제 귀국을 당했다”며 “중국 정부가 해외에 체류하는 중국인을 감시하고 괴롭히기 위해 이 시설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측은 9월 보고서에서는 스페인과 세르비아 등에 거주하던 중국인들이 해외경찰서 비밀 공작원들의 협박을 받고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에 사는 중국인은 올 초 비밀 공작원들에게서 ‘중국에 있는 부모 처지를 생각하라’는 협박성 경고도 들었다고 폭로했다.
○ 中 “행정 도움 주기 위한 것, 과장 말라”
CNN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이 시설들이 외국에 사는 중국인 운전면허 갱신이나 여권 재발급 같은 서류 작업에 행정적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공서들이 문을 닫아 어려움을 겪는 중국인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 같은 시설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 영토 밖에서는 경찰력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CNN에 “긴장 조성을 위해 사안을 과장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를 구실로 중국을 비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이 시설들을 설치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몇 년 전이다. 원저우 공안국은 2016년 5월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 시범 설치한 뒤 계속 확대해 현재 12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2018년 이탈리아 로마에 중국 해외경찰서가 개설된 사실이 중국 신화통신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비밀 해외경찰서 의혹이 제기되자 여러 나라가 해당 시설 조사에 착수했고 일부 국가는 폐쇄를 명령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1일 중국 해외경찰서 두 곳에 대해 즉시 폐쇄 명령을 내렸다. 독일 캐나다 등은 자국 내 해당 시설 조사에 착수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2016년 말 창설된 비영리 인권단체다. 중국 등 아시아 내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에는 시진핑 주석 집권기의 유명인 실종 사례를 다룬 ‘실종인민공화국’을 발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중국#반정부 성향#중국인 감시#해외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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