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방역 최일선 ‘다바이’…무책임한 정부와 주민 불만 사이

  • 뉴스1
  • 입력 2022년 12월 5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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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중국에서 하얀 방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들은 ‘다바이’(大白)라고 불리며 ‘제로 코로나’ 정책의 상징과 같다. 이제 코로나 방역이 풀리면서 다바이는 이중고에 휩싸였다. 일선 현장에서 반발하는 시민들과 충돌하며 불만을 온몸으로 받고 있지만 책임져야 할 정부는 모르쇠 분위기다.

다바이가 이제 정부의 방역 완화 기조에 따라 반발하는 주민들과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사이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기로에 서게 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쓰촨성 네이장에서 다바이로 일하는 제인 류는 “상사로부터 명확한 지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질문에 매번 대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 봉쇄 기간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부 광저우에서 일하는 다른 다바이 아담 첸은 “사람들은 인내심을 잃고 (정부의) 권위와 결정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내가 그들을 감시하러 갈 때마다 나에게 욕설을 하지만 나는 그들의 삶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류는 “하지만 나는 명령을 따라야 하고 통제가 실패하면 해고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는다”고 우려했다.

다바이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 이후 사회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보고 하얀 군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단기 계약으로 채용된 이들은 하얀 방호복을 입고 3년 째 방역 최전선에 서 있다.

다바이는 비록 경찰은 아니지만 봉쇄 정책을 시행하고 핵산 검사를 조직하는 등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당국이 방역 완화로 기조를 급작스럽게 바꾸면서 현장에서 혼란은 커지고 있다.

류는 “지금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정책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긴 보고 체계와 잦은 변화로 지휘 체계 맨 아래 있는 우리는 압도당하고 있다”고 했다.

류에 따르면 현재 간단한 요청마저도 그가 관할하고 있는 아파트 블록 책임자와 지역 책임자 등을 거친 후에야 중국 도시 행정 계층의 갖은 낮은 감독 부서에 전달된다.

류는 또 코로나19 통제와 관련한 정부의 모호한 통제 지침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지침은 매우 모호한 언어로 작성돼 있다”며 “예를 들어 우리는 경제 안정과 봉쇄를 동시에 유지해야 한다. 정말로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역 요원들의 법적 권한 부족과 전문가 아닌 이들의 응급 및 의료 훈련 부족 등도 어려움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류는 “우리는 의학적인 결정을 내릴 자격이 없다. 우리는 의사 결정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바랄 뿐”이라고 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 부교수는 “중국의 사회 통제망은 일이 잘못될 경우 일선 공무원이 상당 부문 책임을 지도록 의도적으로 구조화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옛 속담에 중앙 정부는 사람들의 은인이고 성(省) 지도자들은 그들의 가족과 같고, 지자체 지도자는 좋은 친구‘라는 말이 있지만, 현(縣)급에 도달했을 때 관리들은 나쁜 사람이고, 마을(鄕) 관리하는 간부는 사악하며 가장 나쁜 사람들은 마을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우 부교수는 “이는 지자체장이 직접 선출되고 주민을 대표하는 서방과 완전히 다른 중국 행정부 권력 체계를 잘 보여준다”며 “현재 중국의 독특한 공산당-국가 시스템을 볼 때 최고 지도자들은 절대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통제의 경우 지도자들이 목표를 설정하지만, 지방 관리들은 관할 구역에 적용할 정책을 찾아내야 한다”며 “이는 관료 체계의 교활한 늙은 새들만이 통달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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