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92년 사상 첫 개최국 개막전 패배… 관중 절반 자리 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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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Qatar2022]300조원 쏟아붓고도 개최국 굴욕

21일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월드컵 개막 경기 후반에 관중석 상단 한 구역이 텅 비어 있다. 알코르=AP 뉴시스
21일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월드컵 개막 경기 후반에 관중석 상단 한 구역이 텅 비어 있다. 알코르=AP 뉴시스
전반전이 끝나자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후반전이 시작된 뒤로도 자리를 뜨는 관중은 계속 나왔다. 후반 30분쯤이 되자 전체 관중석의 절반 가까이가 비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인의 축구 축제인 월드컵에서, 그것도 대회 개최국이 치르는 개막 경기 도중에 관중이 대거 자리를 뜨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21일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에서다.

두 팀의 경기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식 개막행사에 이어 곧바로 진행됐기 때문에 ‘킥오프’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릴 때만 해도 만원 관중이었다. 이날 경기 시작 때는 6만7372명이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카타르가 두 번째 실점을 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기 시작 후 많이 밀리는 모습을 보이던 카타르가 전반 31분 골을 허용하면서 0-2로 뒤지자 안방 팬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한 것이다. 빈자리가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하프타임 무렵엔 동쪽 스탠드 한 구역이 텅 비어 있는 것이 반대편 스탠드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갈 무렵엔 경기장 전체 좌석의 절반 가까이가 주인을 잃었다. 카타르는 이날 결국 0-2로 패했는데 월드컵 92년 역사상 개최국이 개막전에서 패한 건 처음이다.

이날의 풍경을 두고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후반에) 역전할 가능성이 있었고, (개최국의) 개막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카타르는 수억 달러의 돈으로 월드컵은 살 수 있었지만 자국 팀이 지고 있을 때도 경기장에 남아 있을 관중까지는 사지 못했다”고 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이자 중동 국가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는 대회 개최를 위해 2200억 달러(약 300조 원)를 쏟아부었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142억 달러)의 15배가 넘는다.

카타르 인구는 약 270만 명인데 이 중 카타르 시민권자는 30만 명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경기 도중 자리를 뜬 관중이 많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알코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카타르#개최국#개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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