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서거로 캐나다 ‘탈군주제’ 불붙나…개헌 등 과제 산적

  • 뉴스1
  • 입력 2022년 9월 14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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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방(Commonwealth)의 상징이자 강력한 구심점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영연방 국가들 사이에서 탈군주제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다만 헌법 수정을 통한 변화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점점 더 많은 캐나다인이 영국과의 깊은 역사적 유대에도 불구하고 ‘외국 군주’가 자국을 대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최근 캐나다에서 이뤄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군주제가 계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2020년 1월 45%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군주제가 계속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6%에 불과했다.

또 전날 캐나다의 여론조사 기관 레제(Leger)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는 ‘영국 왕실에 애착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캐나다 설문조사기관인 앵거스 리드(Angus Reid) 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1%는 ‘더 이상 군주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영연방은 영국 본국과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56개국으로 구성된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다. 영국 국왕이 국가원수를 맡는 나라는 영국을 포함해 15개국이다. 여기엔 캐나다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영국 국왕이 된 찰스 3세가 군주제의 상징으로서 군림, 실제 통치는 총리가 맡는다.

이처럼 영연방의 독특한 통치 형태를 두고 플라비오 볼페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장은 “캐나다는 국가 원수가 다른 나라의 시민인 유일한 주요 7개국(G7) 회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캐나다 인구의 5분의 1은 영국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이민자인 데다 원주민들은 식민 세력에 반감을 갖고 있어 탈군주제 움직임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원주민 활동가들은 이러한 반감을 드러내기 위해 매니토바 주의회 부지에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동상을 철거했다.

매니토바 대학의 원주민 연구 교수인 니이가안 싱클레어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 이후 그의 통치는 영원히 무위(無爲·inaction)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군주제를 바꾸는 것은 복잡하고 정치적인 위험을 수반할 가능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가 하나의 국가로 수립된 것은 1867년 7월1일이다. 영국 하원에서 캐나다 최초의 헌법인 영국 북미식민지법(British North America Act)이 통과되면서인데, 캐나다는 공식적으로 이 법에 따라 현재의 캐나다가 만들어졌다고 보고 이 날을 ‘캐나다의 날’로 정해 국가 수립을 기념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캐나다는 이 법을 개정해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국가를 수립하려고 했지만, 북미식민지법에는 캐나다가 스스로 이 법을 개정할 수 있는 명문 규정이 없었다. 이에 헌법 개정이 아닌 헌법관행을 통해 1982년이 돼서야 캐나다헌법을 만들고,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게 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캐나다는 1987년의 미치 레이크 합의, 1992년의 샤럿타운 합의, 1995년의 퀘벡주의 분리 독립 국민투표, 1998년의 캐나다 연방대법원의 퀘벡주 분리 독립 판결 등 헌법개정 논쟁의 긴 여정을 거쳤다.

조나단 말로이 캐나다 칼턴 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탈군주제는 필연적으로 헌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오히려 군주제는 분열된 정치 환경에서 안정을 제공하고, 미국과 우리를 차별화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주제와 군주제의 토대가 되는 봉건적이고 식민적인 엘리트주의는 불편하면서도 기본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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