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압승했는데…日 기시다 내각 지지율 최저치,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2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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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지 불과 한 달 만에 내각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져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참의원 선거 직전 발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피격과 관련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과 집권 자민당의 유착 의혹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10일 개각으로 지지율 하락을 돌파하려 했지만 새로 발탁된 인사 중 상당수 역시 통일교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역풍이 분 것으로 풀이된다. 하락세인 지지율을 반전시킬 계기가 당장 보이지 않아 기시다 내각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2일 마이니치신문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36%로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달(52%)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응답자의 87%는 ‘자민당과 가정연합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개각에 대해서도 68%가 “잘 하지 못 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시다 총리는 개각 당시 가정연합과의 관계 재정립이 목표라며 내각과 자민당에서 통일교 색채를 빼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하지만 개각 후 최소 7명 이상의 각료 및 당 간부가 가정연합과 연계됐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면서 개각에 따른 분위기 쇄신 효과가 사라졌다.

자민당의 핵심 보직인 정조회장으로 발탁된 ‘아베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문부과학상이 가정연합 관련 행사에 자주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통신은 가정연합과 연결된 자민당 의원이 너무 많아 어디에서 선을 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당내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내각은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시절부터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여러 인사들이 수십 년간 가정연합과 관계를 맺어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내 소수파인 기시다 총리가 이 문제를 잘못 건드렸다가 당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기시다 총리는 하루 뒤인 이날부터 총리 관저에서 격리에 들어갔다. 증상이 경미해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업무를 수행한 후 31일부터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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