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끊겠다” 러 위협에… ‘탈원전 선도’ 獨마저 원전회귀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러 정유사, 가스관 중단 가능성 거론
독일 야당 이어 여권 일부서도 “원전 수명 연장… 이념 따질 때 아냐”
헝가리, 13일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 “가스 불충분… 화력발전 비중 높일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로 러시아가 독일을 비롯한 전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거듭 위협하자 ‘탈원전 선도국’으로 꼽혔던 독일까지 원전 회귀 논의에 착수했다. 우파 자유민주당은 “남아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운영을 연장하자”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민주당은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좌파 녹색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정유사 가스프롬이 독일에 천연가스를 제공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운영의 영구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에너지 위기감이 높아진 것도 원전 복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는 13일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다음 달부터 원전 가동 시간 연장, 갈탄 생산 확대, 에너지 수출 금지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유럽의 에너지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 獨여권 “원전 복귀 시급, 이념 따질 때 아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의 안전성 우려가 커지자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는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주도했다. 이후 곳곳의 원전이 속속 폐쇄됐고 현재 남아 있는 원전은 3개에 불과하다. 이 역시 올해 말 모두 문을 닫는다. 독일은 지난해에도 3기의 원전을 폐쇄했다. 현재 독일 공공 발전에서 차지하는 원전 비중은 9.7%다.

하지만 유지 보수를 핑계로 이달 11일부터 21일까지 노르트스트림1의 문을 잠근 러시아가 21일 이후에도 가스를 공급하지 않을 뜻을 비치자 연립여당인 자유민주당과 야당에서 원전 복귀 여론이 일고 있다.

크리스티안 뒤르 자유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트위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하므로 우리가 주의해야 한다. 원전 수명을 늘리고 북해에서의 천연가스 채취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리아그네스 슈트라크치머만 자유민주당 의원도 “지금 이 순간 이념적이어선 안 된다”며 에너지 대란을 타개하기 위해 원전 확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야당인 기독민주당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도 “원전 가동을 연장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집권 사민당을 이끄는 올라프 숄츠 총리와 로베르트 하베크 녹색당 대표 겸 경제장관은 원전 가동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하베크 대표는 “원자력은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 EU도 회원국들에 원전 확대 권고
가스프롬은 13일 “독일 지멘스가 캐나다에서 수리하고 있는 노르트스트림1 터빈 엔진을 돌려받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서면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스관을 안정적으로 가동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21일 이후에도 가스관을 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가스 공급의 85%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헝가리는 이날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유일한 원전의 가동 시간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구야시 게르게이 총리 비서실장은 “가을과 겨울 난방철을 위한 가스가 유럽에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며 갈탄 등 화력발전 비중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원전 확대를 권하고 있다.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28개 회원국에 원전 가동 중단을 연기하거나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앞당기라고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가스관 중단#독일#탈원전 선도국#원전 회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