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제보로 가장 많은 포상금을 받아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은 스위스 은행 UBS의 전직 직원 브래들리 버켄펠드다. 2008년 탈세 방조 혐의로 체포된 그는 내부고발자로 변신해 UBS 비밀계좌에 재산을 숨긴 탈세자 정보를 미국 국세청(IRS)에 넘겼고, 출소 후 포상금 1억400만 달러(약 1600억 원)를 챙겼다. 미국 정부가 탈세를 도운 UBS로부터 받아낸 과징금 중 1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IRS가 한도 없이 징수액의 15∼30%를 제보 포상금으로 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의 탈세 제보 포상금 한도는 2003년 건당 최고 1억 원에서 점차 늘어 2018년부터 건당 최고 40억 원이 됐다.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등 탈세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국세청 조사만으로는 적발하기 어렵게 되자 ‘로또 당첨금’ 수준으로 금액을 올린 것이다. 최근에는 100억 원 넘는 서울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부동산 탈세 제보만으로 수억 원대 포상금을 받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국세청은 지난해 10월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를 개설해 5개월 동안 780건의 제보를 접수했다고 최근 밝혔다. 가장 많은 유형은 아파트 취득 자금을 부모로부터 받고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경우였다. 부모·자식 간의 은밀한 거래를 누가 알겠나 싶지만, 지인이나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물론 다른 가족이 신고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담하거나 방조한 책임은 안 묻고 세금 징수에만 활용한다”는 국세청 방침이 제보를 끌어낸 것이다. 제보가 사실로 확인되면 징수한 세금의 5∼20%를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도 고액 탈세 제보에 대한 보상은 강화되는 추세다. 영국은 고액 자산가와 다국적 기업의 탈세가 늘자 지난해 말 포상금 상한을 없애는 미국식 제도를 도입했다. 제보를 통해 150만 파운드(약 30억 원) 이상의 세금을 받아낸 경우 15∼30%를 포상금으로 준다. 국내에선 지난해 탈세 포상금을 건당 최고 100억 원으로 늘리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나쁜 짓 신고하면 평생 팔자 고칠 만큼 받게 하자”고 말한 바 있다.
▷탈세 포상금은 징수 비용도 덜 든다. IRS는 세무조사 등으로 세금 1달러를 걷는 데 10센트 이상을 쓰는데, 포상금 제도를 활용하면 징수 비용이 4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경계할 부분도 있다. 국내에선 과거 교통법규 위반 신고 포상제도, 이른바 ‘카파라치’를 도입했다가 전문 신고꾼이 활개 쳐 폐지한 전례가 있다. 탈세 포상금이 금액이 훨씬 더 큰 만큼 근거 없는 제보가 난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고액 제보’에 집중해야 허위 제보에 따른 행정력 낭비를 막으면서 갈수록 교묘해지는 탈세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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