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시위대 대통령궁서 철수…대통령·총리 사임까지 투쟁 지속

  • 뉴스1
  • 입력 2022년 7월 14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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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스리랑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지난 13일 라닐 위크라마싱하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을 이양한 가운데 시위대가 총리의 사임마저 요구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AFP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 대행중인 총리가 시위대에 철수를 요구하면서 치안부대를 향해 “질서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시위대 대변인은 대통령궁과 대통령비서실, 총리실에서 즉각 철수할 예정이지만 투쟁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시위대를 지지하는 한 승려도 “200년 이상 된 대통령궁을 당국에 반환하고 귀중한 예술품과 유물이 보존되도록 해야 한다”며 “건물은 국보이기에 보호돼야 하고 적절한 감시 하에 재산이 국가로 반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3일 라자팍사 대통령이 궁을 비운 후 수 천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대통령 대행 권한을 부여받은 위크라마싱하 총리는 군과 경찰에 “질서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하라고 주문하면서도 통합정부 구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스스로 사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위크라마싱하 총리는 그럼에도 시위대를 겨냥해 “헌법을 파괴하도록 놔둘 수 없다”면서 “우리는 파시스트들이 정권을 장악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파시스트 위협을 없애야 하며 주정부는 시위대가 점령한 관공서를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야간 통행금지는 14일 새벽에 해제되었지만, 경찰은 국회 밖에서 시위자들과의 밤 사이 충돌로 군인 1명과 경찰 1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콜롬보에 있는 주 병원은 수요일 약 85명이 부상을 입고 입원했으며, 1명은 총리실에서 최루탄에 맞아 질식사했다고 발표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13일 공식적으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사임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라자팍사 대통령은 13일 새벽 부인, 경호원 2명과 안토노프-32 군용기를 타고 스리랑카국제공항에서 몰디브로 향했다.

몰디브 현지 언론은 또 그가 월도프 아스토리아 이타푸시 초호화 리조트에서 밤을 보냈다고도 보도했다. 기사는 그의 호화로운 숙박시설 이용을 스리랑카 국민 5명 중 4명은 굶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스리랑카 국민들이 직면한 경제적 곤궁과 대조했다.

또 몰디브 혀지 언론에 따르면 라자팍사 대통령은 몰디브를 거쳐 싱가포르로 넘어갈 예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콜롬보 보안 소식통은 라자팍사 대통령이 14일 몰디브를 떠날 가능성이 높으며 비행 중 사임 발표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AFP통신에 “사직서는 준비됐다”며 “대통령이 신호를 주는 대로 총리가 허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리랑카 정부는 최근 극심한 외환위기와 경제난에도 감세와 예산관리 부실 등 잇단 실책으로 민심을 잃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 수익원인 관광업까지 타격을 받자 민심이 들끓어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고 라자팍사 일가는 정계 요직에서 물러났다.

스리랑카 의회는 15일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의회를 소집하고, 20일 새 대통령을 선출할 계획이다. 스리랑카 제1야당 사마기 자나 바라웨가야(SJB)는 지난 2019년 대선에서 라자팍사 대통령과 맞붙었던 인물인 사지트 프레마다사 SJB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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