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중화기 지원 꺼리는 독일…“숄츠 총리는 안티히어로” 원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6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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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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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강국에서 원성의 대상으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등은 중화기를 비롯한 군사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독일은 미온적이어서 원성을 듣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독일에서도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져 중화기 지원에 선을 그은 올라프 숄츠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WJS는 이날 ‘우크라이나를 위한 독일 무기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사설(社說)에서 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유럽 전반의 안보 위기로 번지자 숄츠 총리는 외교·국방정책 변화를 약속했지만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독일은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 보낼 무기를 선적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독일에서도 정치적 스캔들이 되고 있다”면서 “전쟁은 장기화하는데 숄츠 총리는 탱크 장갑차 같은 중화기 지원을 꺼린다”고 했다.

독일은 집권여당 사회민주당(SPD)을 비롯해 기독민주당(CDU) 녹색당 등 여야 가리지 않고 중화기 지원을 요구하지만 숄츠 총리는 태도에 보이지 않는다. WSJ는 “숄츠는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유가 무엇이든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한 유권자에게도 당혹스런 일”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23일 “독일은 외교·국방정책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그 사고방식은 바꾸지 않았다”며 “숄츠 총리는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禁輸) 조치, 관세 부과 요구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은 러시아에 화석연료 대금으로 매일 수천만 유로를 지불한다면서 “다른 유럽 국가는 독일의 더딘 지원에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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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총리가 18일 “독일 혼자서는 중화기를 지원해선 안 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나토 회원국은 장갑차 헬리콥터 장거리포 전투기까지 이미 보내고 있다. 독일의 침묵이 눈에 띌 정도”라고 반박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했다는 사실을 최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군용 방탄헬멧 5000개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조롱을 받기도 한 독일은 이후 대공미사일, 로켓 추진 수류탄, 기관총, 지뢰 등을 보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독일에 레오파드탱크, 장갑차, 다연장로켓, 대함미사일,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 제공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뉴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는 “독일에서도 비판받는 숄츠 총리는 독일의 안티히어로”라고 25일 주장했다. 최근 독일 인프라테스트디맵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55%는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숄츠 총리는 22일 유력 시사지 슈피겔 인터뷰에서 “왜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지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더 이상 무기고에서 무기를 공급할 여력이 없다”고 대답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시절 군비 증강에 투자하지 않아 국방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에 석유와 액화천연가스 상당량을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슈피겔은 “독일 야당이 우크라이나 중화기 지원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숄츠 총리가 계속 반대한다면 총리 불신임 투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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