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포위로 인도주의적 재난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마리우폴의 시민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목숨을 걸고 물자를 전달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고립된 마리우폴 시민에게 양배추, 식용유, 파스타, 의약품 등을 실은 미니밴을 몰고 위험천만한 여정을 감수하고 있다. 이들은 물자를 전달하고 나서 마리우폴 시민들을 자포리자로 대피시키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러시아군의 폭탄과 지뢰, 포격의 위험에도 보호복이나 무장도 없이 마리우폴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삼엄한 러시아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심지어 구호물자를 실은 밴이 러시아군의 총격을 받기도 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구호 물자 차량을 운전 중 러시아군이 그를 잡아 옷을 벗기고 총을 겨눈 채 허공에 총을 쏴 한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자원봉사자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다시 마리우폴에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실종된 자신의 가족을 찾기 위해 자원한 사람도 있지만 마리우폴을 탈출했으면서도 이웃들을 돕기 위해 기꺼이 다시 돌아가기를 자처한 사람들도 있었다.
2주 전 가족과 함께 마리우폴을 탈출한 마리아 치머만도 이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우리는 이웃을 묻었고, 곳곳에서 죽음을 목격했으며, 아이들도 그것을 봤다”며 마리우폴의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심지어 내부에서는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개를 잡아먹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치머만은 여전히 마리우폴이 공습을 받고 있으며, 사람들이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여성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상관없이 총을 쏘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는 길거리에서 심하게 화상을 입은 아이의 시신을 개가 먹고 있는 참혹한 광경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리우폴 시민은 호송차량의 보닛과 바퀴에 매달리면서까지 긴급히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군의 공격보다 더 두려운 것은 러시아로의 강제 이송이다. 마리우폴 당국은 29일 약 2만명의 시민이 러시아로 강제로 이송됐으며, 러시아는 더 많은 피란민을 이송하기 위해 여러 캠프를 설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치머만은 자신의 아버지가 여전히 마리우폴에 있으며, 전투가 너무 치열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의 동생 가족이 동부 분리주의 지역으로 끌려갔다고도 설명했다.
러시아군에 의해 동부 분리주의 지역으로 끌려간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군을 위해 싸울 것을 강요받고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키이우에 거주 중인 마리우폴 출신 의사 안나 예후르토바는 그의 오빠가 분리주의 지역으로 끌려갔으며, 그곳에서 러시아군을 위해 싸울 것을 명령하는 소환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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