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부호들 제재 도피처된 이스라엘…자가용 비행기로 대거 입국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15일 12시 47분


코멘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서방이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하면서 러시아 부호들이 이스라엘로 피신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여권을 이미 가지고 있는 일부 부호들이 진작에 이스라엘에 입국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영국 첼시 축구 구단 소유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이스라엘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13일 자가용 비행기편으로 이스라엘에 도착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외교부는 크레믈린과 연계된 러시아 기업인들이 이스라엘에서 지닌 영향력을 평가하는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했다. 야이르 라피드 외교장관은 또 지난달 다른 장관들에게 러시아 부호들에게 혜택을 주지 말도록 경고했다. 자칫 외교적 부담을 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라피드 장관은 14일 슬로바키아 방문중 “이스라엘은 미국과 서방국들이 부과한 경제제재를 우회하는 통로가 되길 원치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채널 12 뉴스 방송은 지난주 자가용 비행기와 요트가 이스라엘 공항 및 항구에 체류하는 시간을 48시간 이내로 제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러시아에서 출발해 텔아비브로 오는 임대 전세비행기가 급증하면서 러시아의 부유한 엘리트들이 지중해 연안으로 탈출한다는 추측이 나오자 취해지는 것이다.

최근 12일 동안 최소 14대의 임대 자가용비행기가 모스크바를 출발해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했다고 채널 12 뉴스가 지난 11일 보도했었다.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주요 기업인들을 제재했다.

엘리스 브레지스 바르 일란 대학교 아즈리엘리 경제정책센터장은 “일부는 이미 도착했다. 자기 소유 비행기가 아닌 비행기를 타고 왔다. 가족들과 함께 자택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 그는 이스라엘 재무부, 이스라엘 중앙은행, 기타 정부 기관 및 금융기관들과 이스라엘에 체류중인 러시아 부호들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상당수의 부유한 유대계 러시아인들이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합병한 뒤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은 최근 10년 동안의 수입을 신고하고 세금을 낸 사람들에게 대해 이민을 허용해왔다. 이 법이 국제적 자금 세탁의 허점으로 악용되면서 텔아비브, 카이사레아, 헤르즐리야와 같은 도시가 부호들의 놀이터가 돼 왔다.

아브라모비치와 억만장자 은행가 미하일 프리드만 등 이들 기업인들은 이스라엘 여권을 보유한 것은 물론 호화 별장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정치인들과 교류하고 이스라엘 경제에 대한 고액 기부 및 투자자로 행세하고 있다.

지난주 영국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아브라모비치는 2018년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한 뒤 이스라엘 및 유대인 기관에 막대한 기부를 해왔다. 지난 2월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아브라모비치는 이스라엘의 공식 홀로코스트 기념관 겸 박물관인 야드 바솀에 “8자리수” 금액을 기부했다고 다니 다얀 기념관장이 밝혔다.

러시아 출신 이스라엘 억만장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온 레오니드 네브즐린은 아브라모비치 등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서가 아닌, 보신을 위하는 유대인 박애주의자”라고 말했다.

아브라모비치가 이스라엘에서 최고가인 7000만달러(약 869억원)의 주택을 보유한 헤즐리야에 사무실이 있는 네브즐린은 “그들이 이곳 저곳 영향력을 갖기 위해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지스는 러시아 부호 문제에 대해 지난주 당국자들과 논의했으며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단순하지 않은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줄타기를 해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하면서도 푸틴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피해왔다. 러시아는 이스라엘 북쪽 시리아에 대규모 군사력을 파견하고 있으며 푸틴은 몇년 동안 이스라엘이 레바논 헤즈볼라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시리아 표적을 공격하는 것을 허용해왔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제재 이행 지침을 정하기 전까지 이스라엘 금융기관들은 자체로 제재 방침을 정해야 한다고 이스라엘 당국자가 말했다.

하포알림 은행은 홈페이지에 “제재와 관련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에 송금이 어려울 수 있다”고만 게시한 상태다.

1990년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사로 근무했던 즈비 메간은 “이스라엘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스라엘내 제재 대상 부호들에 대한 처리가 불분명해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정치담당 차관보는 지난 11일 채널 12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푸틴이 일으킨 전쟁에 자금을 대는 더러운 자금의 도피처가 되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 이스라엘 의원인 로만 브론프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면서 이스라엘이 푸틴과 주변인물들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수십년 동안 이스라엘 “지하 시장”에 자금을 공급해왔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