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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코로나 휴교중 성폭력-교복 팔아 아이 생필품… 阿 ‘13세 소녀 엄마’의 팬데믹 비극

입력 2022-01-14 03:00업데이트 2022-01-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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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으로 학업중단 阿 10대 급증
법에 처벌규정 있지만 흐지부지
이웃들 싸늘한 시선에 학교 포기
“동생들 숙제 봐줄때 가장 힘들어”
올해 13세인 버지니아 마브훙가가 짐바브웨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안고 있다. 짐바브웨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동안 성폭력을 당해 임신한 뒤 학업을 중단하는 10대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무레와=AP 뉴시스
남아프리카에 있는 짐바브웨의 13세 소녀 버지니아 마브훙가에게 교복은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아껴왔던 보라색 교복을 얼마 전 2달러에 팔았다. 그 돈으로 3개월 된 아들에게 입힐 옷과 생필품을 샀다.

마브훙가는 지난해 교복 차림으로 등교하다 수모를 당했다. “동네 사람들이 비웃었어요. 손가락질을 하며 ‘배가 왜 이러냐’ 묻는 사람도 있었어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소녀를 향한 이웃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아프리카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마브훙가 같은 10대 여성들에게 특히 가혹했다. AP통신은 짐바브웨에 팬데믹이 확산되면서 10대 임신이 급증해 학업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임신으로 학업을 중단한 10대 여성은 2018, 2019년 3000명대 수준에서 2020년 477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 2월 두 달 동안에만 5000명이 넘는 소녀들이 학교를 그만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와 보건소가 문을 닫으면서 임신 중절 수술 등 외부 도움을 받을 기회가 차단돼 10대 임신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마브훙가 역시 2020년 전국적인 봉쇄령으로 6개월 넘게 학교가 폐쇄돼 집에 머무르는 동안 성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외출도 제한돼 보건소 등에서 상담조차 받지 못하고 아이를 낳았다.

마브훙가를 임신시킨 가해자는 이웃집 노인이었다. 이 노인은 마브훙가와 결혼하겠다고 둘러대다가 돌연 “나는 아이 아빠가 아니다”라며 발뺌했다. 마브훙가의 부모는 그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결국 보석으로 풀려났고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짐바브웨는 16세 이하 미성년과 성행위를 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법을 두고 있지만 집행한 사례가 거의 없다. 피해자 부모가 가난에 못 이겨 가해자에게 돈이나 소를 받고 딸을 결혼시킨 뒤 사건을 덮는 경우가 빈번하다.

짐바브웨는 임신부의 학교 출석을 금지하는 법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정부는 팬데믹 이후 임신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여학생들이 급증하자 2020년 8월 이 법을 개정해 임신부의 등교를 허용했다. 마브훙가에겐 이 개정이 한 줄기 희망이었다. 하지만 교복을 입고 등굣길에 나선 그에겐 어른들의 수군거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이웃은 그의 부모에게 “딸을 집에서 쫓아내라”고 했다.

마브훙가는 5남매 중 장녀다. 학업을 포기한 뒤 부모를 도와 거리에서 과일과 야채를 팔고 있다. 가뭄으로 망가진 밭을 손봐야 하는 부모를 대신해 요리, 청소, 빨래도 도맡는다. 한창 학교에 있어야 할 이 열세 살 소녀는 “빡빡한 하루 일과 중 동생들 학교 숙제를 봐줄 때가 가장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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