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핵무기 사용 조건을 재래식 무기가 아닌 핵 공격일 때만 핵무기로 맞대응한다는 ‘단일 목적(sole purpose)’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FT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조만간 ‘단일 목적’으로 알려진 ‘선언적 정책’에 대한 여러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핵 공격을 당하지 않는 한 먼저 핵을 쓰지 않는다는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방침은 동맹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바이든 행정부가 채택하지 않기로 했지만 단일 목적 사용 방침은 채택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새 NPR 보고서에 핵 선제 불사용과 단일 목적 사용 방침을 담는 방안을 놓고 올 초부터 한국을 포함한 동맹들과 논의해 왔다. 동맹들은 핵 선제 불사용 방침에 특히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이 핵무기 사용을 제한하는 선언을 내놓으면 미국의 핵무기 보복이 두려워 미국의 동맹국을 섣불리 위협하지 못했던 핵보유국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핵 선제 불사용 방침은 빠졌지만 단일 목적 원칙이 도입되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화학 무기나 최첨단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위협은 핵 억지력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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