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무기 개발 본격 나서나…“고농축우라늄 비축량 두달새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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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동시 복귀를 위한 협상 재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7일(현지시간)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비축량이 다시 늘고 있다고 밝혔다.

AFP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2489.7kg으로 추산된다는 IAEA 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순도가 20%에 달하는 우라늄은 113.8kg, 순도 60%는 17.7kg으로, 9월 비축량(각각 84.3kg, 10kg)보다 늘었다. JCPOA에서 제한한 우라늄 농축 순도는 3.67%이며, 순도 90%는 무기급으로 간주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순도 90% 우라늄 15~25kg을 확보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데, 60%에서 90%까지 농축하는 데는 몇 주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외교가에서는 이란이 최근 IAEA의 감시를 피해 원심분리기 부품 생산을 재개했으며, 핵무기의 핵심인 우라늄 금속도 제조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IAEA는 내주 이사회를 열고 보고서 등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는 오는 29일 예정한 이란과 미국 등 JCPOA 당사국과 유럽연합(EU)의 7차 협상 준비 차원에서 열리는 것이다.

이와 관련, 모함마드 레자 개비 이란 측 주 빈 국제기구대표부 대사대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 핵 활동 관련 IAEA의 감시와 확인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양측 간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진행 중인데, IAEA 회원국들은 정치적인 동기가 있거나 성급한 발언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JCPOA 복원 협상이 교착상태로 접어들던 지난 9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이란으로 날아가 핵 사찰 허용을 다시 받아내면서 대화의 불씨를 간신히 살려낸 바 있다. 이에 이란 측은 다시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지만 약속대로 IAEA의 사찰을 허용하고 있으니 이를 빌미로 협상 관련 문제 삼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로시 총장은 이번 협상 재개를 앞두고 22일 이란을 방문한다고 이란 원자력청(AEOI) 관계자가 관영 파르스통신(FNA)에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그로시 총장은 이번 방문 계기 후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아미르 모하메드 에슬라미 AEOI 청장을 만난다.

◇라이시 대통령 당선 후 협상 교착…IAEA “새 정부와 접촉 적어”

JCPOA 복원 협상이 지난 6월 이란 대선에서 강경 보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당선해 취임한 이후 교착된 가운데, IAEA 측은 새 정부와의 접촉이 매끄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 12일 “라이시 새 정부와의 접촉은 믿기 힘들 정도로 적다”면서 “다음 주 이사회 개최 전 이란 당국자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IAEA는 지난 9월 그로시 청장과 이란의 핵 사찰 허용 합의 이후 며칠 만에 “테헤란 근교 카라지 시에 있는 테사 단지 사찰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란 경비원들이 IAEA 측 여성 검시관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계속돼왔다.

또한 IAEA의 이번 보고서에는 “IAEA의 이란 내 핵 사찰 활동이 이란 당국자들에 의해 과도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점을 그로시 총장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AFP는 전했다.

JCPOA는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이 이란의 핵 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해제를 약속하며 2015년 맺은 합의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 탈퇴하면서 제재가 복원됐고, 이란은 다시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이며 국제사회를 압박해왔다. 합의 복원 의사를 밝힌 조 바이든 행정부가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란은 지난 2월 급기야 IAEA의 핵 사찰을 불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이에 그로시 총장이 이란으로 날아가 3개월간 사찰 허용을 받아낸 뒤 재차 연장에 합의한 것이다.

내주 그로시 총장이 다시 이란을 찾으면 또 사태가 임시 봉합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난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핵 합의 복원 협상에 있다. 지난 6월 라이시 대통령 당선 이후 멈춰 섰던 대화의 7차 협상은 오는 29일 열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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