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권 흔드는 인플레… 바이든 지지율 취임후 최저

뉴욕=유재동 특파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11-16 03:00수정 2021-11-1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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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민 48% “바이든, 인플레 책임”… 취임 1년도 안돼 정권 위기론
미국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등 ‘정권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는 올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난맥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고비로 점차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치솟는 밥상 물가 등 경제 문제가 국민들의 삶에 충격을 주면서 바이든 정권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바이든 행정부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집권 민주당 내에서는 2024년 차기 대선 주자로 누가 나설지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급박해진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지만 한번 돌아선 민심을 붙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이달 7∼10일 미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1%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여러 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 문제가 바이든 정권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70%에 이르는 응답자는 경제에 대해 비관하고 있다고 답했고, 절반가량(48%)은 인플레의 책임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고 봤다.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는 55%로 절반을 넘었다. WP는 “경제를 낙관하고 인플레 위험을 대단치 않게 생각했던 백악관은 물가 상승 우려가 전국적으로 커지면서 점점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백악관은 인플레를 바로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美국민 절반 “바이든, 인플레 책임”… 물가급등에 돌아서는 민심
바이든 정권 흔드는 인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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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관론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하버드대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의 지난달 말 조사에서는 57%에 이르는 유권자가 “미국 경제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했고, 역시 같은 57%가 미국 경제가 약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지난달 중순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62%가 최근 인플레이션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소 어느 정도 이상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화살을 쏟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제로 금리’와 함께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 지출을 해온 결과가 결국 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경기 회복이란 명분을 내세워 지나친 ‘돈 풀기’를 고집한 것이 ‘인플레이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이런 우려는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을 반대해 온 중도 성향 조 맨친 상원의원은 최근 트윗에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의 위협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식료품점에서 주유소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 세금’이 실제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증시와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면서 고소득층 자산은 크게 불어난 반면, 서민들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빈부격차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공급망 위기, 이상 기후, 에너지대란 등 물가를 자극할 요인들이 안 그래도 잔뜩 쌓여 있었는데, 처음부터 너무 미지근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 급등 조짐이 보이던 올봄만 해도 “인플레는 경제 재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전문가들의 우려를 일축해 왔다. 하지만 이달 10일 물가상승률이 6%를 넘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그제야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 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은 나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하는 등 뒤늦게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경제 문제는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정권에 가하는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선거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는 12일 ‘미국인 대부분은 인플레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지금의 인플레는) 바이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통해 “물가 상승은 그 효과가 너무 즉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유권자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심 이반에 놀란 바이든 행정부는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4일 NBC 등에 출연해 최근 물가 상황을 두고 “맥락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했을 때부터 우리 경제는 전면적 위기 상태였다”고 했다. 최근의 경제난을 두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날 CBS방송에서 “이는 팬데믹에 달렸다. 인플레를 내려가게 하고 싶다면 팬데믹 대응에서 진전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인플레는 팬데믹에 따른 현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초반부터 고전을 거듭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2024년 대선 ‘잠룡’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WP는 민주당 차기 주자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시선이 이미 ‘포스트 바이든’으로 향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여당 내의 이런 현상은 인플레에 발목이 잡힌 바이든 행정부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국정 동력을 더 약화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폴리티코 역시 이런 상황을 다루면서 여권 인사 등을 인용해 “(정치판의) 체스 게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인플레#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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